보건복지부가 내년 7월부터 담뱃값을 500원 인상키로 재정경제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한 지 한나절 만에 재경부가 이를 부인하는 초유의 국정 혼선 사태가 19일 빚어졌다.복지부는 이날 오전 국무총리 공관에서 고건 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가 끝난 뒤 내년 7월1일부터 담뱃값을 500원 인상하고 인상분의 절반(250원)정도를 건강증진기금에 포함시켜 운용키로 재경부와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복지부는 또 성인 남성 흡연율(57%)이 선진국 수준인 30% 내외로 떨어질 때까지 매년 500원씩 담뱃값을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경우 평균 1,800원인 담뱃값은 최소 6년간 매년 500원씩 인상돼 5,000원 수준까지 올라가게 된다.
그러나 재경부는 내년 5월까지 담뱃값 인상과 관련한 법률을 개정하자는 데는 합의했으나 인상폭과 시기, 인상분 사용처에 대해서는 확정해서 합의한 바가 없다고 이날 오후 밝혔다. 재경부 관계자는 "내년 5월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는 만큼 인상폭과 시기 등 복지부가 제시한 안을 중심으로 논의하자는 것이지 이 안에 합의한 것은 아니다"라며 "복지부 발표가 너무 앞서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오대규 건강증진국장은 "이날 회의에서 담뱃값 인상안을 확정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경제부총리와 복지부 장관이 따로 면담을 가져 이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 부처의 말이 서로 달라 "무리하게 실적을 홍보하려 했거나 담뱃값 대폭 인상에 대한 부담 때문에 발을 빼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복지부는 또 이날 제시한 방안에서 당초 담뱃값 인상에 따른 추가수입 1조9,000억원 전액을 건강증진기금에 투입, 금연프로그램과 공공병원확충 등 보건분야에 쓰기로 했던 방침을 바꿔 추가수입 가운데 9,000억원을 담배소비세나 지방교육세로 징수, 지방재정 등에 사용키로 했다. 이에 따라 "금연 확산보다는 세수 확보를 위해 가격을 올렸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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