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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코리아나 화장품 유상옥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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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코리아나 화장품 유상옥 회장

입력
2003.1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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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옥(劉相玉·70) 코리아나화장품 회장은 오십이 넘어 회사를 설립한 늦깎이 CEO다. 동아제약에서 30년간 재직하다 동아제약 계열사 라미화장품 사장을 거쳐 1988년 55세에 코리아나를 창업했다. 유 회장이 뒤늦게 창업에 나선 것은 만성적자 기업이었던 라미화장품을 각고의 노력으로 우량기업으로 키워놓았지만 노사분규를 처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한직으로 밀려났기 때문. "늦었지만, 이제는 내 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자본금 1억원에 직원 10명으로 출발한 코리아나는 5년 만에 화장품 업계 3위로 고속 성장했다. 성공 비결은 당시 국내에서 생소한 '직접 판매 방식(Direct Sale System)'이라는 판매시스템을 도입한 덕분이었다. 기존 방문 판매와 달리 대리점이 아닌 판매원을 중심으로 영업 전략을 펼치는 방식으로 대리점 운영비를 절감하고 판매원 개인에게 더 많은 영업 이익을 돌려줄 수 있는 획기적인 유통 방법이었다.

물론 꾸준한 제품개발과 품질관리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한 성공이었다. 작은 규모의 회사였지만 코리아나는 자체연구소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것은 물론, 강원대 등과 산학협동 개발에도 많은 열정을 쏟았다. 국내에 최초로 머드팩 붐을 불러온 머드팩과 비타민 C를 주요 성분으로 하는 엔시아 개발,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는 순수 레티놀이나 녹두 추출성분의 개발이 모두 이 같은 노력의 결과다.

유 회장은 "비싼 원료를 외국에서 들여오는 대신 자체 연구개발로 새로운 원료를 개발하고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명품 화장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앞으로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CEO포럼의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기업가 정신'의 회복을 통해 기업인이 존경 받는 사회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포럼 창립 멤버로서의 소신을 밝혔다. 유 회장은 "기업가로서 기업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무언가 생각하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라며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과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날 한국 경제에서 삼성과 현대, 두 기업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반도체 사업을 개척한 이병철 회장의 선견지명, 소떼를 이끌고 북한으로 갔던 정주영 회장의 도전정신이야말로 바로 기업가 정신입니다." 유 회장은 "'기업가 정신'을 망각한 기업인도 문제지만, 기업인을 무조건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붙여 그나마 남아있는 기업가 정신마저 사라지게 만드는 사회도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국민들 사이에 만연된 반기업 정서를 예로 들었다. 유 회장은 "대기업을 비난하다가도 정작 자신이 물건을 살 때에는 대기업을 찾는 정서의 괴리 속에서 어떻게 기업이 발전하겠느냐"고 꼬집었다. 그러나 비자금 파문으로 재계의 본산 전경련 회장이 도중하차한데 이어 다시 대기업들이 정치자금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등 흔들리고 있는 재계 위상에 대해서는 "기업이나 국가를 위해서 한마디로 불행한 일"이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유 회장의 사무실에는 거울을 들고 있는 아리따운 대리석 여인상이 있다. 프랑스 조각가 샤를 고띠에의 '아침 (Le Matin)'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비롯해 그의 사무실에는 애인처럼 아끼는 골동품과 각종 예술품이 즐비하다. 유 회장은 재계에서도 알아주는 수집광이다. 고려시대 분 단지 등 전통 화장용구부터 종, 그림, 조각까지 30여년간 모아온 크고 작은 수집품들이 수 만점이나 된다.

"70년대 동아제약이 인사동 근처에 있던 시절 시작된 취미인데, 처음에는 제약관련 소품을 모으다 화장품 업계로 가면서 화장이나 여성 치장 관련 민예품을 모았습니다. 여윳돈이 생기면 수집품을 사들이는 바람에 집 사람과 많이 싸웠어요."

덕분에 그는 첫눈에 '진품 명품'을 가려낼 만큼 전문가 수준의 안목을 갖게 됐다. 지난해부터 한국박물관회 회장을 지내고 있다. "심미안이 필요한 화장품 업계 CEO로 딱 맞는 취미 아닌가요."

유 회장은 "좋은 것은 혼자만 보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20일 화장품 박물관 '스페이스 씨'의 문을 여는 것도 이 같은 생각 때문이다. 이 곳에는 구리거울, 참빗, 비녀, 분수기 등 우리의 전통 규방용품 5,000여 점이 선보인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1933년 충남 청양 출생

덕수상고,고려대 상학과 졸업

공인회계사 (145호)

동아제약 상무

라미화장품(주) 대표이사 사장

동아유리공업(주) 대표이사 회장

(주)코리아나화장품 대표이사 회장

대한화장품공업협회 회장(1995.2-2003.2)

한국CEO 포럼 공동 대표

한국 능률협회 컨설팅, 제 35회 한국의 경영자상 수상(2003년)

● 코리아나 어떤 회사

15일로 창립 15주년을 맞은 코리아나는 36개 브랜드 817개 품목을 생산하고 있는 시장 점유율 3위의 종합 화장품 회사다. 1990년 국내 화장품업계로서는 처음으로 화장품 직판 시스템을 도입해 급속도로 성장했다.

99년 12월8일 코스닥에 등록했다. 지난해 3,25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소비위축으로 올해 실적은 3분기 기준으로 전년대비 40% 가량 감소했다. 생산공장과 연구소는 천안에 있다. 연구소는 신제품 개발 뿐 아니라 국내에서 자생하는 285여종의 약용 식물로부터 신소재를 추출해 화장품 원료를 개발하는 작업도 하고있다. 코리아나는 창립 20주년이 되는 2008년까지 매출액 1조원 규모로 성장해 세계 일류 화장품 기업에 올라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 삶의 斷想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욕구, 아름답게 보이고자 하는 욕구로 여성은 화장을 한다. 하지만 그와 같은 욕구가 남성에게는 없을까. 남성도 멋지게 보이고 싶은 욕망으로 화장을 한다.

최근 미 LA타임즈는 '한국의 남자들은 경쟁력을 위해 몸치장을 한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나는 이 기사를 쓴 바바라 데미크 기자의 질문에 "남자도 멋지게 보이고 피부를 아름답게 가꾸고자 하는 욕구에 화장을 한다"고 답했다.

많은 사람들이 색조 화장만을 화장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은 남녀 구분 없이 태어나면서부터 화장을 한다. 아기를 비누로 씻기고 로션을 발라주는 것이 바로 그런 예다.

자연 환경과 사회적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화장품의 씀씀이도 달라진다. 환경오염이 심하지 않았을 때는 자외선 차단제의 수요가 적었지만 오존층의 파괴가 심각한 오늘날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하는 선 크림은 필수품이 되고 있다.

사회적 변화도 무시할 수 없다. 수렵이나 농경 중심에서 첨단 네트워크 시스템에 의존하는 디지털 시대로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스트레스도 늘어났다. 스트레스 증가에 따라 피부 보호 용품이 다양하게 개발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화장품의 소비가 다양하다는 것은 인간의 삶이 아름다움과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며, 선진 사회의 표상이기도 하다. 이제 한국에서 머리 색깔을 바꾼 젊은 남성과 흰머리를 감춘 노년의 멋은 당연한 사회적 현상이다.

누구나 건강하고 아름답고 맵시 있는 인간 생활을 영위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선진 사회다. 나는 감히 외치고 싶다. "한국 사회의 남성들이여, 이제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에 부끄러워 하지 말자. 피부를 가꾸며 멋지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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