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국방·외교부 등 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국측에 '이라크 3,000명 추가 파병안'을 밀어 부친 것은 일단 성공한 것처럼 비쳐진다. 5,000명 선을 바랬던 미측은 썩 만족스러워 하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불만을 토해내지도 않고 있다. 이는 '주권국가의 결정'임을 강조, 미측의 불만을 현재 수준에 묶어두면서 국내적으론 파병반대 여론의 폭발성을 완화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종합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3,000명이라는 숫자는 우리가 이라크에 추가로 보낼 수 있는 병력의 상한선을 의미하는 상징성까지 띠게 됐다.NSC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재건지원부대 중심의 3,000명 선을 고수했다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우리의 추가파병 명분을 지켜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이러한 명분은 국내 파병반대론자들을 설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노 대통령이 밝혔듯 구체적 파병 내용결정에 있어 정치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음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유리한 명분을 확보했다는 것이 반드시 파병 부대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파병부대의 안전을 군사적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파병 규모 보다는 파병지역 및 파병부대의 임무, 파병부대의 편성 비율 등이 더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즉 미측과의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얘기다. 우리 파병 부대는 3,000명 규모로 독자적 지역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미 파병규모를 낮춘 상태에서 미측과의 협상이 순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선 정부 내에서도 "파병부대의 편성 비율과 관련해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으나 실제 현지에서 영내든 영외든 치안유지를 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면서 "일단 파병되면 종합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전투병, 비전투병의 비율이 1대1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NSC의 밀어 부치기가 한미관계에 미칠 후과를 놓고도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이 앞으로 한미간 현안 해결과정에서 보다 강경해질 것"이라는 얘기에서부터 "이라크 현지사정을 잘 알고 있는 미측은 우리의 파병자체에 감사하고 있다"는 낙관론에 이르기까지 폭이 넓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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