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가 발생한 지 만9개월이 지났지만 전국의 지하철 가운데 대규모 인명 피해의 원인이 됐던 불에 타는 내장재를 교체하거나 개량한 전동차는 단 1량도 없는 것으로 19일 확인됐다.특히 대구 지하철공사조차 전동차를 전혀 교체하지 않은 채 지난달 21일 운행을 재개, 안전불감증이 치유 불가능한 상태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관련기사 A5면
감사원과 건설교통부, 서울지하철공사 등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부산·대구시가 이날 현재 운행·보유중인 지하철 전동차 6,282량 가운데 내장판과 단열재를 교체한 차량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욱이 '도시철도차량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에 명확한 규정이 없어 함량 미달의 내장재와 단열재가 납품됐다는 점이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됐는데도 건교부는 아직 새로운 안전규정도 마련하지 않았다.
감사원이 3∼5월에 실시한 '지하철 안전관리 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1992년 이후 납품돼 운행중인 전동차 내장재의 난연(難燃·불에 타지 않는) 성능 시험 결과 대구지하철의 불합격률은 100%였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전동차를 모두 교체하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차량 내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지하철 5∼8호선의 불합격률도 73.5%에 이르렀고, 7개 납품업체 가운데 불합격률이 30% 미만은 1곳 뿐이었으며 불합격률이 100%인 업체까지 있었다.
단열재에 대한 난연 성능 시험에서도 대구지하철의 71.4%, 서울지하철 1∼4호선의 76.7%가 불합격이었다.
이런데도 건교부와 각 지하철공사는 내장재 관련 규정을 강화하지 않은 채 2005년까지 5,210여억원을 들여 전동차 전량을 교체하겠다는 계획만을 제시하고 있다. 더욱이 감사원도 이 같은 감사결과를 지난 9월 말에 발표하면서 지하철별 내장판·단열재의 불합격률을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아 문제를 축소하는데 급급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관련기관이 계약당사자일 경우 발주·입찰·계약을 거쳐 실제 납품이 이뤄지기까지 빨라야 3∼4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전동차 교체는 내년 하반기에나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또 서울지하철공사 등은 내장재 교체에 앞서 의자를 먼저 교체할 계획이며, 납품된 지 20년 이상인 전동차는 2008년까지 폐차된다는 점 때문에 내장재 교체 대상에서 아예 제외키로 했다. 이에 따라 서울지하철 1∼4호선의 13%(1,944량 중 248량), 수도권 전철의 11%(1,748량 중 190량)는 앞으로 적어도 5년간 불량인 상태에서 계속 운행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추경예산이 늦게 편성되는 바람에 내장재와 단열재 교체가 조금 늦어졌을 뿐"이라며 "그래도 선진국에 비하면 빠른 편"이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대구=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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