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18일 연례협의 보고서에서 우리 경제가 회복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이 4.75%로 높아진 뒤 2005년에는 5.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세계경기 회복에 따른 수출 호조
IMF는 경기회복의 근거로 산업생산 등 주요 경제지표 및 수출 여건의 개선을 꼽았다. 조슈아 펠만 IMF 연례협의단장은 "산업생산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기업 설비투자와 연관된 기계 수입도 늘고 있다"며 "특히 주요 교역 상대국인 미국과 일본 경제가 회복 단계에 있고 중국이 빠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어 한국 경제도 회복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재정경제부와 금융연구원 등 국책 연구소들도 대부분 5%대의 성장치를 내놓고 있다. 김진표 경제부총리는 최근 "경기 하강국면은 3분기를 바닥으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수출과 건설투자의 호조에 힘입어 4분기에 경기 회복 기미가 확산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9월 중 산업생산은 지난해 동월 대비 6.6% 늘었고, 10월 수출은 190억4,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6.2% 증가했다. 전경련이 조사한 10월 중 경기실사지수(BSI)도 103.4로 1년 만에 100선을 회복했다.
IMF는 초기 단계에 있는 경기 회복을 유지하기 위해 긴축재정 대신 팽창적인 금융정책 사용 당분간 저금리 유지 공적자금 추가 투입을 통한 부실 투신사 구조조정 대기업의 소유·지배권간 괴리 축소와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하는 시장개혁 추진 등을 권고했다.
총선·카드 부실 등 불안요인 상존
전문가들은 대기업의 수출 주도형 경기회복이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지 않는 한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점치기는 아직 성급하다고 말한다. 더욱이 대선자금 수사와 총선 등 경제 외적인 암초도 만만치 않다. 때문에 민간연구기관이 내놓은 성장률 전망치는 대부분 4%대 초반이다. 최근의 소비 침체는 고용 비중이 큰 도·소매와 서비스업의 소득 감소, 가계빚 등 구조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어 소비 위축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수출이 해외 경기 호전을 배경으로 올해 18% 증가에 이어 내년에도 9% 수준의 성장을 유지하겠지만, 국내 경기의 회복 속도를 가속화하는 데는 역부족"이라며 내년 성장치를 당초 5.3%에서 4.5%로 낮췄다. 모건스탠리증권도 "수출 증가세가 하반기에도 한국경제를 뒷받침할 것으로 보이나, 국내 소비의 더딘 회복이 경기회복을 1분기 더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이날 개최한 '2004년 경제전망 세미나'에서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성장률을 4.3%로 전망했다. 이 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내년 총선을 전후한 정치 혼선, 가계부실 문제, 북핵 문제 등 불안요인이 상존해 있어 세계경제 회복세에도 불구,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면 순식간에 불황으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재학기자 goindo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