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 우리 사회는 대학의 양적 팽창에 주력해 왔을 뿐,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에 대해서는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학생들의 초과 수요가 있었기 때문에 대학에 입학하는 것만이 중요했고, 대학에 입학하면 졸업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으며 그 졸업생이 대학에서 무엇을 배웠는가 보다는 무슨 대학, 무슨 전공인가에 더 관심이 많았다. 하지만, 세계화 시대에는 형식적인 학벌보다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실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대학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얼마 전 고려대와 연세대, 일본의 게이오대와 와세다대 등 4개교 총장이 함께 모인 포럼에서 한국과 일본의 대학이 선진국의 대학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세계적 수준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이는 우리나라나 일본의 대학이 현재와 같은 교육 수준으로는 동북아 차세대 지도자를 육성할 수 없다는 절박한 위기 상황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교육의 질적 수준은 대단히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적인 대학들과의 격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으며, 아시아권 대학들 중에서도 앞서가지 못하고 있다. 세계화가 가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지금과 같은 교육 수준으로는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최고 수준의 인재를 선진국의 일류대학 출신자들에게 더욱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마저 고조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지속적인 투자가 있어야 한다. 대학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겠지만 적어도 지금보다 두 배 이상의 교육재원을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는 두 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국가는 국립대의 예산을 확대하는 것뿐만 아니라 사립대에 대한 보조금도 현재보다 적어도 3배 이상 올려야 한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육성하는데 사립대가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사립대의 국가 보조는 대학 예산의 약 4% 정도로 매우 부족하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국가 보조금이 사립대 예산의 약 14% 정도이며 미국의 경우는 20∼30%에 이른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미국 사립대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재정상태로 세계적 수준의 교육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둘째, 사회의 지도층이 앞장서서 대학이 국가발전을 위한 중요한 자산임을 사회 전반에 인식시키고 대학에 대한 기여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사립대에 대한 국가 보조금이 대학 예산의 12%까지 확충된다고 해도 현재 한국 대학의 높은 등록금 의존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추기는 힘들다. 국가 보조와 더불어 대학발전을 위한 기업과 개인을 포함한 전사회적 기여가 절실하다.
우리가 스스로 인재를 키우지 않고서는 결코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수 없다. 선진국의 대학에서 최고학위를 받아야 그 실력을 인정하는 사회가 어떻게 선진국과 대등한 관계를 가질 수 있겠는가? 이제는 고등교육의 자립국, 더 나아가 수출국이 되도록 대학교육의 질적 향상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교육 재원이 획기적으로 확충되고 대학 교육이 세계적 수준으로 향상된다면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우리나라에서 교육 받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날이 올 것이다.
주 인 기 연세대 교수 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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