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90분. 해묵은 골결정력 부재도 여지없이 재현됐다.한국축구대표팀은 지난해 한일 월드컵의 영웅들을 모두 불러들여 승리를 낚으려 했으나 기대하던 득점포는 끝내 터지지 않았다. 새롭게 채택된 스리백(수비수 세 명을 두는 것)시스템은 경제 축구를 구사하는 상대의 스루패스 한방에 뚫리고 말았다.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이끄는 한국대표팀은 18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불가리아와의 A매치 경기에서 0―1로 패했다. 이로써 코엘류 감독은 5승1무6패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게 됐으며, 다음달 4일부터 열리는 동아시아대회에서도 납득할만한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재신임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김도훈(성남)과 안정환(시미즈)을 투 톱으로, 박지성(아인트호벤)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세운 한국은 초반부터 적극적 공세를 폈다. 김도훈은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위협적인 왼발슛으로 포문을 열었고, 상대진영을 좌우에서 헤집던 박지성이 전반 17분 불가리아의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오른발 강슛을 날렸으나 골키퍼의 손에 걸려 무위에 그쳤다.
파상공세를 펴던 한국은 오히려 수비에 허점을 보이면서 불가리아에게 선취골을 내줬다. 전반 20분 디미트로프가 중앙에서 찔러준 스루패스를 블라디미르 만체프가 받아 한국 진영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에서 왼발 터닝슛, 네트를 갈랐다. 이에 박지성이 즉각 상대진영 페널티에어리어 부근에서 골키퍼와 1대 1의 찬스를 만들었으나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전반 40분께는 김도훈이 상대진영 페널티에어리어를 치고 들어가다 발에 걸려 넘어졌으나 심판의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후반들어 총공격에 나선 한국은 상대 진영의 중앙 및 좌우 돌파를 집요하게 시도했지만 밀집수비를 뚫지 못했다. 한국은 후반 4분 상대진영 중앙에서 안정환(시미즈)이 찬 프리킥이 골대를 살짝 비켜간데 이어 6분 김도훈이 이영표의 센터링을 받아 헤딩슛했으나 골키퍼의 손에 걸렸다. 후반 12분과 13분 김도훈과 김남일(전남)을 빼고 최용수(이치하라)와 이천수(레알 소시에다드)를 기용한 한국은 골운마저 따르지 않았다. 특히 안정환은 후반 26분 이영표의 센터링이 상대 골키퍼의 손에 맞고 나오자, 침착하게 오른발 강슛을 때렸으나 크로스바를 맞고 말았다. 이후 한국은 후반 30분 교체 투입된 차두리(프랑크푸르트)를 비롯, 이천수 최용수 등을 앞세워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으나 끝내 골문을 열지 못했다.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준비가 안된 탓인지 전체적으로 패스 타임이 늦고 압박이 잘되지 않았다. 공격의 파괴력도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최영윤기자 daln6p@hk.co.kr
"경기 내용은 좋았다"
움베르투 코엘류 한국 감독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음에도 대표팀 감독에 부임한 이후 가장 만족스런 경기였다. 미드필드에서의 패스도 좋았고 공격도 마무리를 짓지 못한 것을 제외하면 많은 찬스를 만든 것에 만족한다. 골을 넣는 연습을 충분히 할 수 있었다면 아마 승리했을 것이다. 오늘 시도한 스리백은 이상헌 박재홍이 조금 뒤로 쳐져 상대방에 공간을 제공한 것만 빼면 발빠른 불가리아 공격을 잘 막은 것 같다. 내년에 있는 아시안컵과 2006월드컵 아시아예선이 목표 아닌가.
"강한 팀 이겨서 만족"
마르코프 불가리아 감독
매우 유익한 경기였다. 전반전 양팀 다 좋은 경기를 보여줬지만 우리 팀이 득점에 성공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우리 팀은 이번 경기에 키 플레이어 5,6명이 빠졌다. 그래서 보시는 분들은 재미없었을 지 모르겠지만 후반전에는 이기기위해 수비위주의 경기를 펼쳤다. 한국 같은 강한 팀과 경기를 할 수 있어서 만족하게 생각한다. 한국팀은 4강에 오를만한 팀이라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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