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의 웬만한 데는 빠짐없이 집회신고가 선점돼 있으니 우리 같은 농민은 돈도 없는데 생돈을 물고 한강변에서 집회를 해야 할 형편입니다."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둔치에서 10만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농민대회를 개최하려는 전국농민연대(농민연대)가 거액(?)을 내고 겨우 집회를 예정대로 열 수 있게 됐다.
한강관리사업소측은 지난 14일 공문을 통해 농민연대측에 '한강둔치 사용료' 528만5,910원과 '잔디보호시설 예치금' 568만8,000원, '청소시설 예치금' 420만원 등 총 1,517만3,910원을 납부하라고 통보했다. 서울시 한강공원 시민이용시설의 설치 운영에 관한 조례 중 '100명 이상 독점·모임 행사시 2시간 기준 1㎡당 10원을 지불해야 한다'는 규정이 이달부터 '1㎡당 30원'으로 강화되고 예치금 지불 규정도 새롭게 신설됐기 때문. 그러나 지난해에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둔치 사용료로 259만5,000원만을 지불했던 농민연대측은 "예산이 부족하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관리소측은 예치금을 내지 않으면 '집회승인'을 취소하겠다고 거부했다. 결국 18일 오전 농민연대측이 사업소를 찾아가 사용료 전액과 예치금 선납금 900만원만 지불하고 나머지는 차후 지불한다는 조건으로 겨우 집회승인을 얻어냈다.
이에 따라 농민연대는 이날 한강둔치 집회 때 최대한 깨끗하게 잔디 및 시설물 등을 이용해야 하며, 집회가 끝난 후 직접 1만여평의 한강둔치를 깨끗하게 청소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됐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대외협력국장 배형택씨는 "서울 도심지역이 이미 집회장소로 선점돼 있고 10만여명이 집단적으로 모일 만한 마땅한 장소도 없어 할 수 없이 한강둔치를 집회장소로 정하게 됐다"며 "왜 한강관리사업소측에 돈을 내고 집회승인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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