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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사립고는 원래 자립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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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窓]사립고는 원래 자립형이었다

입력
2003.11.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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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마보다도 더욱 뒤얽힌 때문일까. 우리 교육 문제에 관한 논란에서는 용어부터가 외계어인양 헷갈린다.이를테면 "논술에 의해 당락이 뒤바뀌었다"고 한다. 대학 합격-불합격이 어째서'당락'인가. "○○대학 당선을 축하한다"고 말해야 하나. 게다가 대학 합격 여부는 논술이나 면접 등의 성적을 모두 합산해 결정하는 것일 텐데 '당락이 뒤바뀌었다'니 논술이나 면접에 무슨 '야로'가 있다는 이야긴가.

흔히 공교육이 부실해서 사교육비가 매년 조 단위로 증가한다고 한다. 그런데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공교육이란 '공적인 재원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교육'이고 '사립학교와 같이 법인이나 개인의 재원에 의하여 유지되고 운영되는 교육'이 사교육이다. 그렇다면 정규교육(공교육 + 사교육)과 비정규교육(과외교육)이라고 해야 옳다. 사교육비가 아니라 비정규교육비(과외교육비)다.

정규교육의 부실화와 관련하여 생각나는 대목이 있다. 미국의 경우 1965년부터 20년 동안 학생수는 7.76% 줄고 교원수는 29.16% 늘었지만 교육청을 포함한 관리직 직원수는 무려 101.68%나 증가했다. 귀중한 교육예산이 교실 밖으로 새나갔다. 우리 실정은 어떤가. 교육감실을 호화롭게 꾸미지는 않는가.

자립형 사립고란 왜곡된 교육 현실을 극명하게 표출해 주는 이상한 용어다. 사립고는 본디 모두 자립형이었다. 자립형이 아니면 사립고가 아니다. 자립적이었던 우리의 사립고를 국가 권력에 의해 몽땅 의존형으로 전락시킨 것이 바로 74년의 독재시절에 시행된 고교 평준화 시책이 아니던가.

자립형 사립고의 허가 여부를 놓고 왈가왈부한다지만, 기존 사립고들이 자립형으로 원상복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립고를 국가 관리에 예속시킨 것이야말로 고교 평준화의 가장 큰 폐해라 하겠다.

평준화시책의 기본 방향의 하나가 실업교육 진흥이었다. 지금의 현실은 어떤가. 실업교육이야말로 세금으로 적극 지원해 완전 무상화할 것을 제안한다. 실업고의 인문고로의 전환이 아니라 그 역이라야 한다. 실업고 출신이 두 분이나 대통령이 된 나라가 아닌가.

우리 교육제도 문제의 근본은 평준화보다 학군제에 있다. 초·중·고등학교 12년 동안 학교 선택권을 완전 박탈한 것이 학군제다. 선진국처럼 초등학교 입학부터 학군 안에서 학교를 선택하도록 하거나 학군을 광역화하는 방안부터 연구할 일이다. 교육도 지휘통제에서 벗어나 자유화해야 비로소 발전한다.

조 영 일 연세대 화학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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