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선을 향해 달리는 말의 거친 호흡이 느껴질 정도로 박력이 넘치는 경마 영화. 실화에 바탕을 둔 '씨비스킷'(Seabiscuit)은 미국적 개척자 정신을 시종 강조하는 어설픈 태도만 뺀다면 가족들이 함께 즐길 만한 영화다.대공황으로 모두가 신음하던 1932년. 온 가족이 식탁에 모여 앉아 디킨슨과 밀턴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행복한 소년 레드(토비 맥과이어)의 가족도 뿔뿔이 흩어진다. 권투선수로 나섰다가 한 쪽 눈까지 잃은 레드는 자동차 상인 찰스(제프 브리지스)의 도움으로 경마선수가 된다. 그가 타게 되는 말이 바로 윤기도 없고 체구도 작은 데다가 다리까지 굽은 씨비스킷이다.
레드는 찰스와 더불어 말의 심정을 헤아릴 줄 아는 특급 조련사 톰(크리스 쿠퍼)과 힘을 합해 씨비스킷을 천하의 명마로 조련한다. 그러나 당대의 경주마 제독과의 단판 승부를 앞두고 레드는 다리를 크게 다치고 씨비스킷도 인대파열을 당한다. 이들이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이 영화의 백미. 경기가 열릴 때마다 6만개의 핫도그가 팔리고 무려 4,000만명을 라디오 앞으로 모이게 한 씨비스킷의 경주는 놓칠 수 없는 장관이다. 경마 진행자로 나와 실로폰과 트라이 앵글을 써가며 중계를 하는 윌리엄 H. 메이시의 연기가 흥을 돋운다. 감독 게리 로스. 21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종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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