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주초로 약속한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대선자금 전모에 관한 공개를 늦추는 것은 대선자금에 자신이 없음을 스스로 실토하는 것이다 우리당은 이상수 의원의 검찰 재출두에 맞춰 대선자금 공개를 약속했으나 지키지 않고 있다. 검찰의 수사진전과 한나라당의 공개여부를 지켜보겠다며 발을 빼는 모습이 실망스럽기만 하다.우리당은 그동안 대선자금을 놓고 우왕좌왕했다. 장부처리가 정확하기 힘든 우리 정당의 자금관리 실태를 감안한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너무 많았다. 회계를 책임진 이상수 의원의 해명이 검찰의 추가 수사에 의해 사실이 아님이 밝혀진 게 허다했고, 돼지저금통 모금으로 깨끗한 선거를 치렀다는 주장은 이내 허구임이 드러났다.
우리당은 지난 7월 민주당 때 대선자금의 전모를 공개했으나 엉터리임이 곧바로 판명됐다. 우리당에 입당한 정대철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은 기업모금이 200억원에 육박한다고 말했으나 민주당은 기부금액이 149억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수사 결과 SK 그룹 25억원 등 5대그룹으로부터 72억원이 들어갔고 경기·인천 및 제주 후원회를 통한 후원금은 영수증마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우리당이 공개를 미루는 이유는 물어보나마나이다. 이러고서도 개혁의 우월성과 상대적 도덕성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다.
우리당은 정치자금의 투명화를 골자로 한 정치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했다. 검찰이 안간힘을 다해 수사하고 있는 대선자금은 당사자인 정당의 협조가 있어야 그나마 진상규명이 가능하다. 우리당이 대선자금 공개에 수범을 보여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약속한 사안도 지키지 못하는 정당이 무슨 얼굴로 개혁의 첨병임을 주장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