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의 음란 화상채팅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다른 화상채팅 장면을 몰래 엿보는 아이템까지 개발·판매해 수십억원을 벌어들인 대기업 계열사가 적발됐다. 서울지검 컴퓨터수사부(이창세 부장검사)는 17일 인터넷 화상채팅 사이트 '씨엔조이' 회원들의 음란행위를 방조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법상 공연음란)로 H그룹 계열사인 B사의 이사 김모(49)씨와 팀장 권모(36)씨를 구속기소했다.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해 11월부터 올 8월까지 사이트 공개 대화방에서 서모(24·여)씨 등 회원 21명이 각종 음란행위를 연출하는 것을 막지 않은 채 채팅방에 몰래 들어가 다른 회원들의 행위를 엿볼 수 있는 '투명인간' 아이템을 개발·판매한 혐의다.
199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씨엔조이' 사이트는 연간 수십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2월 '투명인간' 아이템을 자체 개발·판매하면서 회원수가 350만명으로 급증, 국내 최대 화상채팅 사이트로 성장했다. 특히 '투명인간'은 타인간의 화상채팅방에 몰래 들어가 대화와 화상 장면 등을 엿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시간당 1,500원에 판매됐으며, 사이트 전체 매출액의 80%에 해당하는 연간 35억원의 판매실적을 올렸다.
검찰 관계자는 "이 아이템은 관음증 등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등 심한 중독성을 가졌으며, 남의 주민번호로 회원에 가입한 청소년들에게도 무방비로 노출됐다"고 밝혔다. 더욱이 이 사이트는 지난해부터 수차례 음란성 문제를 지적 받았는데도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오히려 '투명인간 방지 프로그램' 을 만들어 파는 등 돈벌이에 급급했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채팅 도중 자신의 은밀한 부위를 보여준 서씨 등 음란행위를 한 21명에 대해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 뒤 기소유예 처분했다. 적발 사례 중에는 아이디를 도용해 회원으로 가입한 15세 중학생이 여성 회원의 요청으로 자위행위를 하거나, 부부가 회원들에게 성행위를 보여준 경우도 있었다.
한편 B사측은 "운영 관리자들이 회원들의 음란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투명인간 아이템도 당초 회의 참관기능 목적으로 개발된 것인데 회원들이 이를 악용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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