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직후 발표된 공동성명과 양국 국방장관 기자회견에서 한국 정부의 이라크 파병안에 대해 미국이 애매모호한 반응을 보여 양국의 견해차가 다시 한번 확인됐으나 국방부는 당초 방안대로 파병준비를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국방부는 그러나 향후 미국의 요구사항을 들어가면서 전투병의 비율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한국은 이날 SCM에서 규모는 3,000명으로 하되 공병 등 기능부대 중심의 재건지원군과 지역을 책임지는 안정화군의 파병계획에 대해 미측에 설명했다.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미측에서는 자기들이 원래 얘기한 대로 안정화 작전을 수행하는 것을 희망하는 것 같다"며 "그러나 한국이 어떤 결정을 해도 감사하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이번 SCM에서 미국과 최종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대통령의 파병지침에 따라 본격적인 부대편성 작업에 착수했다. 국방부는 일단 군사령부 예하 야전공병단(또는 군단 예하 공병여단)의 3분의2 수준인 1,000명 정도는 차출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으나 현지 공병 수요와 한국군의 차출 능력을 감안해 신축적으로 세부 소요병과를 조정키로 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공병 1,000명은 파병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전반적인 치안유지 임무와 우리 파병부대의 자체 경비를 담당할 부대를 사실상 특수전사령부(특전사) 병력으로 선발하는 안이 현재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대부분 부사관 이상 간부로 구성돼 있어 즉시 동원이 가능할 뿐 아니라 대테러 임무와 민사작전 경험이 풍부한 점이 0순위로 검토되는 이유다. 미국도 뛰어난 전투력을 지닌 한국의 특전사가 지역 치안유지와 재건지원에 적임인 것으로 보고 있다. 국방부는 현재 전투병과 비전투병 파병비율을 1대1 또는 1대2 정도로 맞추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에 주둔하고 있는 서희(공병)·제마(의료)부대원 464명이 추가 파병부대와 합류하게 되면 전체 파병부대는 약 3,400명으로, 이 병력을 활용해 '한국사단'을 구성할 전망이다.
국방부는 파병부대의 규모와 대강의 임무는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정해졌지만 세부적인 부대 편성에서는 미국의 입장을 상당수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미국과의 협의 과정에서 보병(전투병)의 비율이 예상보다 늘어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고객(미국)'의 수요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해 미측과의 조율에 탄력적으로 나설 뜻을 밝혔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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