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한국의 이라크 추가 파병과 관련, '한국의 소신에 따른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파병부대의 성격과 책임지역 등 세부사안에 대해서는 한국과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한미양국은 또 서울 용산 미군기지의 후방 이전에 대한 최종 합의 도출에 실패, 2006년까지 용산기지를 오산ㆍ평택 등으로 이전하기로 한 당초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주한미군의 이라크 투입설과 관련,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검토해 본 적도 없고 나에게 권유한 사람도 없다"고 강조했다.
조영길(曺永吉) 국방장관과 럼스펠드 장관은 17일 국방부에서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를 가진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 "시의적절한 파병을 보장하기 위해 정보공유 및 군수계획에서 긴밀히 협력할 것을 약속한다"는 총론수준의 합의내용만 포함시켰다.
한국은 이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3,000명 수준의 재건위주 부대 파병계획을 밝혔으나 미국은 수용여부를 밝히지 않은 채 한국이 이라크 안정화에 기여해줄 것을 희망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3,000명 수준의 재건지원군을 파병하겠다는 한국안을 수용하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전세계적 대테러전 지원에 대해서는 주권국가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우회적으로 답했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한국의 공식발표가 있을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입장 표명을 유보한 뒤 "노 대통령이 말한 것이 비전투병인지 나에게는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SCM에서 파병에 대해 깊은 논의를 하지 않았으나 미국은 기존 생각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밝혀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한미양국은 용산기지 이전과 관련, "양국장관은 SCM 이전에 합의를 체결하지 못한 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올해 말까지 용산기지 이전 협상을 지속하되 미래 한미동맹정책구상협의를 통해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
양국은 또 "주한미군을 한강이남 2개 권역으로 2단계에 걸쳐 재배치하고 통합하며, 주한미군이 맡고 있는 10개 군사임무를 한국군에 이양한다"며 기존 합의원칙을 재확인했다.
럼스펠드 장관은 "군사력은 숫자로 말하는 게 아니다"라며 주한미군 감축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변화가 있을 때는 한국정부와 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협의해서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호 기자 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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