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와 HSBC 등 한미은행 인수 입찰에 참여한 외국 은행 대부분이 최대주주인 칼라일·JP모건 컨소시엄이 보유한 지분(36.6%)뿐만 아니라 나머지 소액주주 지분도 100%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이는 외국 은행이 단순 경영권 확보 차원을 넘어서 자산 49조원 규모의 한미은행을 완전 자회사로 인수, 수백개 지점망을 동원해 한국 시장을 직접 공략한다는 전략으로 국내에서는 사상 초유의 일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씨티와 HSBC, 스탠다드차타드, ABN암로 등 대부분 인수추진 은행들은 최근 한미은행 매각주간사에 제출한 입찰제안서를 통해 칼라일 지분을 인수한 뒤 나머지 소액주주 주식 전량을 공개매수, 100% 지분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외국은행이 한미은행 지분을 모두 인수하게 되면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며, 상장폐지, 은행명 변경 등 모든 의사결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
금융계 관계자는 "외국 금융기관은 펀드와 달리 통상 은행을 인수할 때 최소 과반수이상, 가능하면 의결권 행사에 제약이 없도록 67%(3분의2) 지분을 확보하며, 자금력이 된다면 100%까지 인수해 모든 권한을 행사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경우 지분 80%이상을 인수하면 연결납세 대상에도 포함된다.
이처럼 100%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선 상당한 가격 프리미엄이 요구되며, 입찰 참여 은행 모두 상당한 자금력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HSBC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미 뿐만 아니라 자산규모 40조원의 제일은행과도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어 국내 은행 두곳이 동시에 외국은행 자회사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선진금융 기법과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지닌 외국 금융기관이 국내에 광범위한 지점망을 갖춘 한미은행 등을 자회사로 인수할 경우 적지않은 충격이 예상된다.
특히 외국은행 지점의 경우 지점 설립이나 폐쇄시 당국의 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법인형태인 자회사를 둘 경우엔 국내 은행과 똑같이 지점 설치제한 등을 받지 않기 때문에 공격적인 영업이 가능해진다. 특히 전국 226개 지점을 가진 한미은행이 9월말 현재 예금 31조8,000억원, 순이익 591억원을 기록하는 동안 씨티는 단 12개의 지점으로 5조9,000여억원의 예금과 419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였다.
김정태 국민은행장은 "씨티와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는 국내에 지점 몇 개만 갖고도 엄청난 영업력을 과시하고 있고, 고객들은 외국은행에 돈을 맡기면 비밀보장이 더 확실하다고 믿는다"며 "경쟁자 입장에서 이런 세계적 은행이 한미은행을 인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수(M&A) 경쟁 움직임을 일찌감치 눈치 챈 외국계 투자펀드들은 프리미엄을 노리고 8월 이후 지분을 대거 인수, 한미은행 외국인 지분율이 7월말 71.89%에서 현재 89.01%까지 확대됐다. 한미은행 주가는 스탠다드차타드가 지분 매입(9.76%)을 시작한 7월말 8,530원에서 이달 14일 현재 1만4,250원으로 올랐다.
/남대희 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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