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대의 생활문화관 입구에 자리잡은 피라미드 형상의 '삼각뿔'(사진)은 교내에서 보기 드문 현대식 건축물 중 하나다. 1998년에 완공된 이곳은 외벽이 대형 유리로 제작돼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입구의 피라미드 구조물을 연상케 한다. 100여평 규모의 삼각뿔은 실제 루브르 박물관 앞 조형물을 본따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삼각뿔은 교내 구성원에게 신비로운 공간으로 통하고 있다. 삼각뿔이 들어선 부지는 학교 설립 당시엔 화단이었는데 유난히 꽃들이 잘 자라는 장소였다. 이 건물 관리를 맡고 있는 김모(51)씨는 "당시 간이 무척 나빴던 화단 관리원이 이곳에서 꽃을 관리하면서 건강이 매우 좋아졌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 때문인지 삼각뿔은 학생들에게 엉뚱하게도 건강 회복의 장소로 유명해졌다. 총학생회 관계자의 말. "늦은 밤 어느날 동아리 모임 뒤풀이에서 과음으로 만취한 학생들이 버스가 끊겨 갈 곳이 없자 삼각뿔에 들어가 잤다고 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도 아프지 않고 속도 쓰리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숭실대 고승원 홍보팀장은 "그 후 삼각뿔이 숙취해소에 좋다는 소문이 널리 퍼져 지금까지 과음으로 속 쓰린 학생들이 이곳을 종종 찾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건강과 관련한 삼각뿔의 신비(?)에 대해 학생들은 다양한 연구와 해석을 내놓고 있다. 가장 유력한 설은 건물의 독특한 기하학적 형상으로 인해 일반 건물과는 다른 기(氣)가 흐른다는 것. '과일을 삼각뿔과 외부건물에 같은 시간 똑같이 놓아두면 삼각뿔쪽 과일의 신선도가 오래 유지된다'는 얘기도 떠돌고 있다.
삼각뿔의 기에 누구보다 주목하는 이들은 학내 고시생들. 공인회계사 시험을 준비중인 졸업생 김경우(28)씨는 "햇빛이 삼각뿔을 비추면 건물 앞 기념관 마당에 한자로 '필(必)'자가 나타날 때가 있다"며 "이 그림자 위에 가만히 서서 기를 받으면 시험에 합격한다는 소문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