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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기업투자로 자금 돌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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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기업투자로 자금 돌려야

입력
2003.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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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투기 확산과 가격 급등이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였지만, 이 같은 집값 상승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의 많은 지역에서 집값이 2배 이상 뛰었으며, 영국 호주 네덜란드에서도 50% 이상 올랐다. 각국의 실질 금리가 하락하면서 시중 자금이 부동산 투자로 많이 몰린 결과이다.우리의 경우 저금리 외에 몇 가지 이유를 더 들 수 있다. 우선 기업투자가 크게 침체되어 투자자금 수요가 너무 낮다. 투자율은 현재 총소득의 26% 수준으로 97년 외환 위기 전의 38%에 크게 못 미친다. 가계 입장에서도 외환 위기 이후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이 높고 위험이 낮은 부동산에 대한 투자를 늘였다. 금융기관 역시 안정성을 좇아 주택담보대출을 크게 늘이면서 자금의 흐름이 부동산으로 몰렸다.

더욱이 우리나라의 경우 주거 환경이 좋은 주택지가 한정되어 있어 유동 자금이 모두 특정 지역으로 모이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이제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100%에 달한다. 그럼에도 고급 주택지에 대한 수요는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교육에 대한 질적 수요로 인해, 과거 강북 명문고교들이 이전해 있고 사교육 시설이 좋은 강남의 아파트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정부대책의 미비 역시 부동산 가격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우선 부동산 보유와 양도에 대한 조세부담이 너무 낮았다. 또한 분양권 전매 허용이 투기를 부추겼다. 올 들어 정부가 여러 번 주택시장안정화 정책을 내놓았으나 오히려 가격상승 심리를 조장해 단기 가격 급등을 초래하였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지난달 29일 다주택자 중과세, 담보대출비율 인하, 주택거래 신고제 등을 골자로 한 종합대책을 발표한 후 투기 지역의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토지 공개념에 기초한 주택거래 허가제, 재건축 개발이득환수 등 더 강도 높은 2단계 대책의 도입도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세제를 강화하고 부동산 담보대출비율을 낮추는 정부의 대응책은 적절한 것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토지 공개념까지 도입하여 부동산 시장에 정부가 너무 개입하게 되면 득 보다 실이 클 수도 있다. 국민의 60% 이상이 노후 대책으로 주택에 투자하고 4%만이 주식을 사겠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인구 밀도와 교육열이 높은 사회에서 좋은 주택지에 대한 투자 수요가 결코 사라질 수 없다. 또한 수요가 증가하여 가격이 상승해야 주택의 공급이 늘어나게 되어있다. 올해 건설 투자는 20%이상 증가하고 있어 경제 회복에 도움이 되고 있다.

일본은 80년대 말 부동산가격이 급상승하자 양도세 인상, 토지거래허가제 등 우리의 현재 대책과 비슷한 부동산 규제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부동산 매물이 줄어 오히려 가격이 상승하였고 결국 금리를 89년 5월부터 90년 8월 사이에 2.5%에서 6%까지 급격히 인상하였다. 이후 부동산버블의 갑작스러운 붕괴로 금융기관 및 개인 파산, 내수 하락, 경기 침체가 초래되어 10년째 장기 불황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우리는 가격버블이 일본처럼 심하지 않아 다행이지만 앞으로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이제 정부가 할 일은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버블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는 실물, 금융, 교육 부문의 왜곡문제를 총체적으로 다루어야만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

부동산 가격안정이 경제정책의 전부일 수 없다. 지금 중요한 과제는 400조원 가까운 시중의 단기자금이 자본시장을 통해 기업의 장기 설비 및 기술투자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하여 부동산 가격의 안정과 더불어 경기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 종 화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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