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는 중국 조선족 동포들이 구름처럼 몰려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불법 체류자 신분인 이들은 이처럼 강제 추방을 피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장담하기 힘들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중국 조선족 문제의 이면에는 재외동포법이 자리잡고 있다.현행 재외동포법은 동포의 정의를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후 국외로 이주한자'로 내리고 있는데, 이 기준에 따르면 중국, 구 소련, 일본 거주 무국적 동포 등 300여만명은 동포에서 제외된다. 재외동포법이 세계 150여개국에 거주하는 동포들에 대해서는 자유왕래를 보장하면서도 이들에 대해서는 출입국을 가로막고 있다. 재외동포법이 '동포차별법'으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외동포법에서 제외된 300여만명의 선조들은 대부분 일제 강점기에 중국으로 강제 이주당했거나 독립 운동을 위해 한반도를 떠났던 분들이다. 그들의 후손들이 재외동포법의 규정에 따라 동포에서 제외돼 고국을 자유롭게 방문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고국에 입국하자마자 불법 체류자가 되어 인권 침해에 시달리고 있다.
헌법 재판소는 이 같은 이유 때문에 2001년에 재외동포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헌법 재판소는 오는 12월 31일까지 재외동포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폐지되며 이 법으로 혜택을 받고 있는 5만여 동포들의 고국의 출입과 경제활동, 금융거래 등에 대해 즉시 효력이 중지된다고 하였다.
이에 대해 문제를 느끼고 있는 재미 동포 등 4만여명은 최근 법의 개정을 요구하며 정부와 국회에 서명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까지 법개정을 외면하고 있고 국회도 무성의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법의 개정 건이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임에도 불구하고 국회 폐회가 불과 얼마 남지 않은 지금까지 이 법의 개정을 논의할 일정조차 잡지 않고 있다.
강제추방 위기에 몰린 조선족 동포들은 '중국국적포기, 한국국적회복'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고 있다. 이들이 중국 국적을 포기하는 것은 자신들의 삶의 기반을 포기한다는 것과 같다. 재외동포법을 개정해 이들 300만명을 동포로 인정해야 한다. 더욱이 국회에서 법개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이 상황에서 동포들에 대한 강제추방은 중지되어야 한다.
임 광 빈 재외동포법개정 특별위원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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