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국적은 중국인이지만 마음만은 항상 한국인이었습니다."정부의 강제 출국 방침에 항의, 서울 조선족교회에서 사흘째 단식 농성중인 재중동포 오광숙(51·여·사진)씨는 자신을 동남아 등 다른나라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와 똑같이 대하는 한국정부가 너무나도 원망스럽다.
부모님의 고향땅인 한국에서 돈을 벌어보자고 오씨가 서울행 비행기에 오른 것은 1997년. 황해도와 경상도가 고향인 부모님은 1940년 초 일제의 강제징용을 피해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상쯔(尙志)시로 잠시 도망쳐 나갔다가 한국전쟁 후 호적이 모두 말소되면서 영영 귀국하지 못한 채 이역 땅에서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오씨는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비록 얼굴도 기억 나지 않지만 부모님이 살아 계셨을 적 고향을 너무나도 그리워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리워하다 코리안 붐을 타고 한국을 찾게 됐다"고 울먹였다. 중국에 재중동포인 남편과 아들, 딸 등을 두고 혈혈단신 한국을 찾았지만 막상 그에게는 한 달 월급이 50만원도 채 안되는 파출부 생활과 식당 허드렛일, 불법체류자라고 멸시하는 한국사회의 따가운 시선 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5월에는 서울 서대문에 있는 목욕탕에서 때밀이로 일하기 위해 주인에게 준 보증금 1,000만원마저 받지 못하고 빚까지 지게 됐다. 오씨는 "재중 동포들이 불법체류자 신세로라도 한국에 지내면서 몇 년간 일하면 중국에서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출입국 때 경비나, 생활비 등의 부담에다 체불임금 등까지 따지면 자칫 빚쟁이가 되기 일쑤"라고 하소연했다. 천신만고 끝에 올해 초 돌아가신 어머님의 하나 남은 친척인 외숙모를 만났으나 이젠 정부단속 때문에 찾기도 힘들게 됐다는 오씨는 "한국국적을 취득해 모든 가족들이 한국 땅에서 오손도손 모여 사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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