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번순 등 지음 삼성경제연구소 발행·1만3,000원
"기왕 국제협약을 조인해 놓고 비준에 가서 깨면 우리가 여러 나라와 FTA나 대외적 약속을 할 때 굉장히 어려워진다. 이것을 무산했다고 저절로 돌아가는 것도 아닌 만큼 이번에는 도와달라. 내 것을 하나도 안 주고 남의 것을 안 받고 살 수는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 전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한 말이다.
FTA가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에 대해 이견은 거의 없다. 세계 통상질서를 관장하는 세계무역기구(WTO)라는 막강한 기구가 등장했지만 당초 의도했던 역할은 못하고 있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얽혀 회의는 결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다 보니 세계 각국은 FTA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보편적 세계주의와 지역주의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도 한국은 아직 협정을 맺은 나라가 없다.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다. 칠레와 FTA를 체결했지만 경제 주체들간의 이해가 엇갈려 국회 비준이 불투명한 상태다.
이 책은 이러한 FTA가 과연 필요한 것인가, 필요하다면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가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수출 주도형 경제구조로 성장해온 우리에게 FTA는 중대한 도전이라는 것이 이 책의 출발점이다. 칠레와의 협상이 지연되는 사이 칠레 시장은 다른 나라에 의해 급속히 침식당하고 있다. FTA에 소극적이던 일본은 싱가포르와 협정을 체결한데 이어 아세안(ASEAN) 전체와도 체결 논의를 벌이고 있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아세안 10개국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서 우리도 FTA 논의에서 배제될 수 없으며 사실상 동아시아 경제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FTA는 우리 통상정책의 핵심으로 등장할 것이 확실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앞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세계질서에서 배제되는 비용을 고려해야 하고, 더욱이 국내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해서도 FTA를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FTA에 대한 논의는 활발하지만 그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책은 FTA의 배경, 사례, 전략 등을 담고 있어 FTA가 무엇인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입문서 구실을 한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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