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내로라 하는 마라톤 강자들이 일주일동안 숙식을 같이하며 우정을 쌓고 실력을 겨뤘지요. 부산∼서울 대역전경주대회는 한국육상을 이끌 꿈나무들의 산실이자 버팀목입니다."49돌을 맞은 이번대회 심판장 황규훈(51) 건국대 육상 감독과 서울팀 감독으로 참가한 이상민(53) 서울 육상연맹 전무. 황 감독은 1971년 배문고 2학년때 처녀출전한 이후 33년째 '개근'이고 이 전무는 73년 배문고 코치로 출전, 30년째 '단골손님'이다.
"70년대초만해도 대역전대회 코스 대부분이 비포장도로의 시골길로 이어졌어요. 자동차가 한번 지나가면 희뿌연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달려야 했지만 흥이 났지요." 이들은 읍내나 시내로 들어서면 지역 주민들이 막걸리를 갖다 주는 등 호응이 대단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황 감독은 특히 "매번 대회때마다 신동고개만 오르면 감회에 젖는다"고 털어놓았다. 신동고개는 대구∼김천코스(74㎞)중 2소구간에 걸쳐있는 경사20도의 오르막길. "당시는 신동고개를 넘어가는 코스가 지금의 두배인 19.8㎞에 달했고 달릴때마다 눈보라가 앞을 가로막아 모두들 기피하는 최악의 코스였다"고 말했다. 73년 고향 전북대표로 출전,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을 때가 가장 기뻤다는 황 감독은 도지사가 전주시내를 카퍼레이드 시켜줄 정도로 열기가 넘쳐났다고 말했다.
이 전무는 월남전에서 입은 다리부상으로 선수로서의 꿈을 접고 지도자로 입문, 배문고를 육상명문으로 키운 주역이다. 오인환 삼성전자 육상감독, 이성직 한양대 감독, 정만화 상지여고 감독 등이 그의 지도를 받았다. 이 전무는 "대역전대회가 지금까지는 한국육상의 산파역을 했다면 이제는 통일대로를 놓는 전령이 돼야 한다"며 "내년엔 반드시 개성∼평양을 거쳐 신의주까지 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최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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