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직률 0%/"일할 맛 나는 中企 더 좋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직률 0%/"일할 맛 나는 中企 더 좋아"

입력
2003.11.14 00:00
0 0

중소 제조업체들은 사원을 채용하기 만큼이나 기존 직원을 붙들어두기가 힘들다. 그러나 '이직률 제로(0)'에 도전하는 당찬 중소 제조업체들도 있다. 이들 중소기업의 공통점은 직원들에게 일류 기업에서조차 엄두를 내기 힘든 근무 동기를 부여한다는 점. 한 업체는 올해 대기업 노동조합의 파업과 조업중단이라는 예기치 못한 삭풍을 맞았지만 '식구'들을 고스란히 지켜냈다.조선기자재 전문기업 (주)동화엔텍에는 출퇴근카드가 없다. 노조를 '가족사랑 대표'라고 부르는 김강희 회장이 "직원을 믿어야 회사가 산다"는 믿음에 따라 내린 조치이다.

제조업체의 생산현장에 출·퇴근카드가 없는 것은 대파격. 그러나 직원들이 오히려 출근시간을 앞당기는 바람에 지각이 사라졌고, 야근도 대폭 줄었다. 김 회장은 매일 아침 노조위원장을 만나 직원들의 사기를 체크하는 일도 잊지 않는다.

김선수 기획팀장은 "직원들이 연평균 260∼280%의 성과급을 챙겨갈 정도로 자율 근무 풍토가 정착됐다"고 말했다.

동화엔텍 건물(부산 강서구 송정동)의 각 층에 설치된 홈바에서도 회사의 직원 사랑을 엿볼 수 있다. 호텔에 뒤지지 않는 구색을 자랑하는 홈바에서 쉬다 보면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절로 일어난다고 김 팀장은 설명했다. 지난 해 생산직 근로자를 신규 채용할 때 수십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하는 기현상을 빚은 것도 이 같은 사내 분위기 덕분이다.

동화엔텍은 올해 호된 시련을 겪기도 했다. 6월 한진중공업이 노조 파업으로 인해 조업을 중단하는 바람에 '후폭풍'을 맞은 것이다. 그러나 올해 사표를 제출한 직원은 한명도 없다. 자리를 비운 직원이라곤 휴직계를 내고 군에 입대한 몇 명이 고작이다.

와이셔츠 브랜드 '예작'으로 유명한 우성I&C의 이직률은 연간 2% 정도. 전체 직원 300여명 중 연간 6명 정도가 회사를 떠나는 셈이다. 그러나 다른 회사로 옮긴 직원들 중 절반 이상은 우성I&C로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이직률은 1%도 안된다.

게다가 이성림 사장이 틈만 나면 "우성I&C에서 익힌 노하우를 기반으로 새 삶을 개척하라"며 직원들의 독립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이 회사의 이직률은 0%나 다름없다. 실제로 우성I&C에서 의류 제조업의 기초를 다진 뒤 독립해 새 회사를 세운 사람만 8명이나 된다.

우성I&C 역시 '일할 만한' 직장이다. 1988년 15평형 아파트 13가구를 매입해 지방 출신 직원들에게 무상 임대하고 있으며, 99년 이 사장이 내놓은 종자돈 5,000만원에 회사 돈을 보태 직원 자녀 장학금, 주택자금, 생활안정자금 등으로 쓰고 있다.

또 우성I&C 직원의 10%에 달하는 30여명은 장애인. 이들 중 10명은 사무직, 20여명은 생산직으로 일하고 있다. 나윤주 과장은 "장애인들을 비장애인과 똑같이 대우해주기 때문에 장애인들의 회사에 대한 사랑은 진실할 수밖에 없다"며 "이쯤 되면 장기근속자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김태훈기자onewa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