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화사의 언덕길. 대부분의 나무들이 낙엽을 떨궜다. 낙엽길을 걷는 스님들의 마음 속에 이 계절은 무엇일까.계절의 경계에 있다. 이미 나무는 가지만 앙상하게 남았다. 본격적인 추위는 아직 들지 않았다. 여행을 떠나기에도 애매하다. 산사로 향한다.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원색으로 나부끼던 단풍이 모두 절길에 내려 앉았다. 영주의 부각사, 봉화의 각화사, 청량사 등이 행선지이다. 어김없이 계절을 마감하는 자연의 섭리를 부처의 나라에서 경험한다.
준비
1박은 영주시나 풍가읍에서, 2박은 청량산 인근에서 해결하는 계획을 세운다. 영주시에는 장급여관 등 비교적 숙박시설이 많다. 굳이 예약을 하지 않아도 빈 방을 구할 수 있다. 청량산 인근에는 고급 숙박시설이 없다. 민박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맑은 강(낙동강 상류, 일명 명호강)과 산그늘이 함께 하는 곳?? 민박에 묵으며 전원의 정취를 느껴 보는 것은 어떨지. 청량산 인근에 10여 곳의 민가에서 민박을 친다. 청량산 관리사무소 (054-672-4994)에 문의해도 된다.
출발 - 금요일 오후 6시 30분
수도권에서 출발한다면 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한다. 풍기IC에서 빠져 5번 국도를 타면 영주시이다. 영주IC에서 빠져 28번 국도를 이용하면 영주시에 닿는다.
영주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 딱히 없다. 영주시내에 있는 풍기삼계탕(054-631-4900), 축산식육식당(631-1437), 청우숯불가든(635-6797) 등이 맛을 잘 내는 식당이다. 저녁식사를 해결한다.
소수서원, 부석사 여행 - 토요일 오전 9시
절집 여행의 출발지는 풍기읍이다. 북동쪽으로 931번 지방도로가 나 있다. '소수서원, 부석사'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약 20㎞를 달리면 소수서원이 있는 순흥면이다. 순흥전통 묵음식점이 있다. 20년 전통의 집이다. 육수에 넣은 메밀묵에 양념을 얹고 밥을 말아먹는 묵밥이 별미다. 가벼운 아침식사로 좋다. 수서원(054-639-6259)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청소년 수련원이 인근에 들어서면서 운치가 많이 줄어들기는 했어도 학문의 도량다운 기품을 느낄 수 있다.
소수서원을 나와 931번 지방도로를 계속 타고 가면 부석면이 나온다. 왼쪽으로 부석사 가는 길이 있다. 국보 17호인 무량수전 등 많은 문화재를 간직한 절이다. 유명한 은행나무길은 이미 잎을 모두 떨궜다. 붉게 물들였던 단풍잎이 색이 바래며 바람에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 참 쓸쓸하다.
약수와 각화사 여행 - 토요일 정오
부석사를 나와 부석사거리에서 좌회전한다. 길은 계속 931번 지방도로. 물야면이 나오고 왼쪽으로 915번 지방도로와 만난다. 이 길이 각화사 가는 길이다.
주실령이라는 야트막한 언덕을 넘는 길인데 이 언덕 양쪽에 약수가 있다. 먼저 만나는 것이 오전약수. 유명한 약수이다. 약수탕 식당가에서 약수를 이용한 닭요리를 낸다. 점심을 푸짐하게 먹는다. 고개를 넘어 만나는 약수는 두내약수. 오전약수보다 맛이 더 비릿하다.
두내약수를 지나면서벽초등학교와 88번 지방도로를 만난다. 우회전, 약 15㎞를 달리면 각화사 입구인 석현리이다. 마을로 좌회전해 약 4㎞의 산길을 오르면 절이 나온다. 처음 만나는 절의 울타리는 철문이다. 가파른 언덕으로 절 앞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지만 철문 뒤의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절까지의 언덕길이 걷기에 좋다.
각화사를 나와 88번 지방도로로 춘양까지 가면 36번 국도를 만난다. 좌회전해 울진 방향으로 약 2㎞ 진행하면 오른쪽으로 35번 국도가 나온다. 이 길을 계속 따라가면 명호강이 나오고 강 건너편으로 청량산의 우람한 산세가 보인다. 명호면 일대에는 요즘 돼지고기 구이집이 많이 생겼다. 소주 한 잔을 곁들이며 하루의 여독을 푼다.
청량산과 청량사 - 일요일 오전 9시
청량산을 즐기는 방법은 간단한 트레킹과 본격적인 산행, 두 가지가 있다. 청량사(내청량사)와 웅진전(외청량사) 등 두절집을 연결하는 길은 1시간 정도면 주파할 수 있는 코스. 청량산 육육봉(12개의 동 봉우리)을 모두 등정하려면 4~5시간 정도 걸린다. 특히 절벽에 붙어있는 듯한 웅진전의 풍광이 멋있다. 완전히 겨울의 분위기이다.
돌아오는 길이 복잡하다. 35번 국도로 명호까지 북상하면 왼쪽으로 918번 지방도로가 나온다. 계속 이길로 진행하면 봉화읍으로 들어가는 36번 국도를 만나게 된다. 그러나 길이 많이 나뉘고 구불구불하기 때문에 헷갈리기 쉽다. 아직 날이 밝을 때 이 길을 통과해야 한다.
/영주·봉화=글·사진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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