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의 토플·토익 공부는 빠를수록 좋습니다." "아이들이 동영상 강의에 재미를 못 느낀다면 게임식 체험영어 프로그램을 추천합니다."13일 2003 국제영어교육박람회가 열린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 컨벤션홀. 개최 첫날 행사장에는 서너살밖에 안되는 어린 자녀들을 동반한 학부모와 대학생, 직장인, 학원 관계자 등 3,000여명의 관람객들이 몰려들었다. 이날 새벽 전남 광주에서 5세 아들과 함께 상경했다는 주부 오모(32·여)씨는 "영어교육에 관심이 많지만 지방에서 영어 학습 정보를 구하기 어려워 참석했다"고 말했다.
행사장 180여개 부스에 자리잡은 업체 관계자들은 각종 현지 어학 교재와 첨단 멀티미디어 학습기기는 물론 미국·캐나다 이민유학 컨설팅 등 다양한 영어 관련 상품 판매 및 홍보에 열을 올렸다. 원어 동화책 판매에 분주하던 홍모(33)씨는 "수입 동화책 구입을 선호하는 젊은 학부모들을 겨냥해 50% 할인행사를 준비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라 놀랐다"고 말했다.
대다수 학부모들과 학원 관계자들은 다음달 겨울방학을 앞두고 새로운 영어 학습법 동향 파악에 분주한 표정이었다. 4살 딸의 영어교육을 위해 원어민 가정교사를 쓰고 있다는 주부 박혜준(37)씨는 "최근 유행하는 영어공부의 트렌드를 살펴보러 왔다"며 "지난 박람회보다 수준이 높아진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해외 어학연수와 영주권 취득 패키지 프로그램 상담 코너에는 최근 취업난과 이민열풍을 반영하듯 대학생들과 직장인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다. 대학 교직원인 권모(33·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씨는 "1살짜리 딸 영어교육에 월 20만원을 들여야 하는 이 땅에서 더 이상 살 자신이 없어 이민 상담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학 졸업 뒤 2년째 취직에 실패, 해외취업을 준비중인 이모(27)씨도 "어학연수 형식으로 해외에 나가 영어 공부도 하고 취직이 가능한지 알아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많은 관람객들은 행사내용에 만족해하면서도 광풍이라 할 정도로 거센 영어 열기에 질린 표정이었다.
주부 이상희(29)씨는 "소신있게 아이들을 가르치지 못하고 영어 관련 행사를 일일이 찾아 다녀야 하는 현실이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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