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한잔했다. 한잔하고 전화하는 거다. 오늘 우리 마누라 생일이어서 저녁 먹으러 나갔다가 뭐가 뭔지 몰라서 말이지.우리 마누라가 회를 참 좋아하거든. 그래서 오늘 맘먹고 좀 근사한 일식집에 갔는데, 아니, 가지 못하고 그 앞에서 마누라가 "비오는 날 회 먹으면 안 좋다는데…" 하면서 그 옆에 있는 보쌈집으로 가자는 거야. 내가 왜 모르겠나. 막상 저녁 먹으러 나오긴 했어도 돈 몇 만원이 아깝다는 얘기겠지. 그런 줄 알면서도 나도 그냥 들어가자 소리 못하고 못이기는 척하고 마누라 말을 따르게 되더라구.
수육 한 접시 놓고 소주를 마시는데, 그런 내가 자꾸 한심스러운 생각이 드는 거야. 세상 사람들 다 나처럼 이렇게 한심스럽게 사나 싶은 게 며칠 전 신문에 어떤 사람이 돈 75억원을 아파트에 쌓아둔 것도 생각이 나고.
저녁값 1만원 2만원 아껴서 뭐하나 싶은 게 말이지. 그래서 한 잔이 두 잔 되고, 두 잔이 석 잔 되어 니한테 이렇게 주절거린다. 야, 내가 지금 세상 잘못 살고 있는 거냐, 아니면 세상이 지금 잘못 돌아가고 있는 거냐? 글쓰는 놈이면 사랑 타령 같은 거 하지 말고 그런 거 좀 글로 쓰라구 임마….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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