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11월14일 소설가 주요섭이 70세로 작고했다. 주요섭은 평양 출신이다. 상하이(上海) 후장 대학과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공부했다. 중국으로 건너가기 전 항일 지하 신문을 내다가 10개월간 징역살이를 한 바 있다. 해방 뒤에는 코리아타임스 주필을 지냈다.주요섭의 작품으로 가장 널리 읽힌 것은 단편 '사랑 손님과 어머니'(1935)일 것이다. 여섯 살 난 어린아이 옥희의 시선을 통해 과부인 어머니와 아버지 친구라는 사랑방 손님 사이의 아슬아슬한 연애 심리를 묘사한 이 소설은 1961년 신상옥 감독이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라는 제목으로 영화화한 뒤 일반인들에게 더 친숙하게 되었다. 그 시대의 머뭇머뭇 망설이는 사랑을 요즘 세대는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지난 1998년 작고한 김진규가 사랑방 손님 역을 맡고 최은희씨가 어머니 역을 맡은 이 영화에서는 1930년대였던 원작의 시대적 배경이 한 세대쯤 늦춰졌고, 원작에서 어머니가 연주하는 풍금도 피아노로 바뀌었다. 영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제1회 대종상 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시나리오상을 받았고, 제9회 아시아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았다. 세간에 떠도는 풍문에 따르면, 북한 지도자 김정일이 최은희씨에게 반한 것이 이 영화를 보고서라고 한다.
'사랑 손님과 어머니'를 비롯한 중기 작품들에는 정치가 쏙 빠져있지만, 주요섭 문학의 시작과 끝머리는 강렬한 사회 의식으로 채워져 있다. 주요섭은 공식적으로 사회주의자를 자임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하층 계급의 삶에 지속적 눈길을 보낸 터라, 카프(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 태동기 시절의 그는 신경향파 작가로 불렸다. 상하이 빈민굴에 살며 8년간 인력거를 끌어온 주인공의 마지막 날을 그린 단편 '인력거꾼'(1925)은 청년 주요섭 문학의 표본이라 할 만하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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