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정식으로 공부한 적이 없지만, 사진은 젊은 시절 미국에서 사진학교까지 다니면서 정식으로 배웠어요."가수 한대수가 음악콘서트가 아닌 사진전시회로 대중들과 만난다. 첫 개인 사진집 '작은 평화'(시공사)를 14일 내놓으면서 발간기념 전시회를 여는 것. 주제는 그의 음악과 일관된 '휴머니즘'이다.
한대수는 간간히 한국에서 음악활동을 한 것을 빼고는 통산 25년을 미국에서 광고사진가로 활동했다. 1967년 뉴욕 사진학교를 마치고 귀국해 한때 코리아헤럴드 사진기자와 디자인센터 사진사로 일했고 1970년 국전에 입상한 경력도 있다.
68년 치렁치렁한 장발에 기타를 둘러메고 이 땅에 나타난 그의 인생은 이후 온통 '금지'로 얼룩졌다. 세인들은 진지하게 세상을 고민하는 그의 음악보다는 여자 같은 긴 머리에 관심을 뒀다.
69년 드라마센터에서 톱을 켠 그의 전위 공연은 하나의 문화적 사건이었지만 당시로는 '미치광이 짓'으로 비쳐졌다. 그는 결국 장발 때문에 방송출연금지를 당했다. 또한, 철조망에 걸린 고무신 장면을 담은 2집 음반의 재킷 사진이 불온하다는 이유로 데뷔음반과 함께 발매금지됐다.
미국으로 쫓겨간 그는 LA와 뉴욕에서 사진가로 활동했다. 1988년 민주화의 훈풍과 함께 '해금' 소식을 듣고 고국으로 돌아왔으나 이미 한창 때가 지나버린 '비운의 가수'가 되고 말았다.
한대수의 이번 사진집에는 67년부터 최근까지 36년 동안 미국 이탈리아 영국 독일 러시아 중국 몽고의 도시와 서울에서 마주친 걸인 노숙자 등 소외되고 고독한 군상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 자신 고독한 히피였기에 외롭고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아웃사이더들의 사진 하나 하나에 애정이 듬뿍 담겨있다.
사진작가 배병우씨는 "한대수의 사진은 고독하고 불운한 삶을 살아온 그 자신의 삶의 궤적이다. 사진이 음악보다 더 그의 분신에 가깝다."고 평한다.
지난 8월 용평에서 열린 콘서트 때 넘어져 지금껏 목발에 의지하고 있는 한대수는 "제 사진집이 불우한 이웃을 향해 관심과 애정을 촉구하는 작은 목소리가 된다면 저는 그것만으로도 행복할 것"이라고 말한다.
출간 기념 사진전은 홍익대 앞 예술서점 아티누스 전시관에서 14∼26일 열린다. 02-325-2326
/글·사진=최규성기자 ks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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