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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피플/푸른 고양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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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피플/푸른 고양 지킴이

입력
2003.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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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파발에서 의정부쪽 국도로 접어든 뒤 315번 지방도로 갈림길에서 좌회전해서 20분쯤 달리다 보면 성큼 나타나는 산이 있다. 덜 알려진 산이지만 아는 이들은 명산(名山)으로 치는 개명산(해발 621.8m)이다. 백두대간 줄기답게 온갖 나무와 들꽃이 밀생하고, 오목눈이 딱새며 흑두루미 등 희귀한 조류도 적잖이 둥지를 틀고 있다. 도롱뇽 버들치가 사는 계곡도 있어 그야말로 자연 생태학교인 셈이다. 도심권 산인 개명산이 산다운 모습을 지켜내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 선두에 '푸른고양지킴이'가 있었다.첫 위기는 1999년 말에 닥쳐왔다. 한 관광회사가 개명산 자락 9만평을 깎아 9홀 규모의 퍼블릭 골프장을 짓겠다고 나선 것. 고양시는 물론이고, 시의회 조차 반색을 하며 반기던 차에 몇몇 주민들이 들고 일어섰다.

여기에 시민·환경단체가 가세해 시청 도청 환경부 등을 항의방문하고, 시위를 벌였지만 골프장 계획은 거침없이 진행됐고, 급기야 주민들은 1만명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환경 전문가들을 초빙, 역사 탐방 체험 및 자연 생태교실을 열면서 동지들을 규합했다. 그 힘이 모여 2001년 3월 '개명산지킴이'라는 지역 환경모임이 발족했고, 도는 갈수록 드세지는 주민들의 반발에 굴복, 지난 7월 개명산 보전가치를 인정하고 골프장 건설 불가 결정을 내렸다.

개명산을 지켜 낸 주민들이 새로 고친 이름이 '푸른고양지킴이'다.

개명산은 8월에도 한 차례 개발 몸살을 앓았다. 관광개발을 위해 경기도가 추진중인 에버랜드급 놀이시설(가칭 토이랜드) 유치 경쟁에 고양시가 뛰어들어 개명산 일대 10만평을 사업부지로 추천한 것. 하지만 고양시는 푸른 고양지킴이들의 천막농성 등 반발에 밀려 계획을 백지화했다.

푸른고양지킴이는 지역현안 해결에도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교육시설이 부족한 지역에 학교를 유치한 것. 도·농 복합지역인 고양동은 97년부터 불기 시작한 개발 바람으로 7,000여 세대 2만여 명이 입주한 신흥 아파트 단지로 변모했다.

하지만 학교시설은 초등학교 단 1곳. 아이들은 멀리 삼송이나 화정, 심지어 서울까지 통학을 해야 했다. 푸른고양지킴이는 지난해 9월 아파트부녀회 등과 뜻을 모아 중학교 유치위원회를 구성했고, 고양교육청과 시를 항의방문했다.

교육청은 중학교 2곳과 고교 1곳 신설을 약속, 현재 중학교 1곳은 완공을 앞두고 있고, 2곳도 공사가 진행중이다.

모임 출범 당시 20여 명에 불과하던 회원은 이제 150여명으로 늘었다.

아직 30, 40대 주부들이 주축이지만 최근 회사원, 학생,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가입하는 추세다. 회원들은 매달 두어 차례씩 개양산에서 모임을 갖고, 환경정화운동 및 생태체험행사를 갖는다.

너구리 박사로 유명한 박병권 교수(경희대 환경응용학부) 등 환경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도 듣고, 생태탐방로를 따라 탐사에 나서기도 한다.

푸른고양지킴이는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생태 가이드 및 교사'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관광객들에게 지역 생태계를 설명하고, 홍보할 수 있도록 3개월 과정의 소양교육을 하겠다는 것이다.

연말에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얻어 각종 희귀한 동식물이 분포하는 개명산 생태계 보고서를 작성, 이를 알리는 책자도 발간할 예정이다. 내년부터 4급수로 전락한 한강 하류 지천인 벽제천 살리기 운동에도 나서기로 했다.

푸른고양지킴이 조현주(43) 대표는 "고양동에는 생태계의 보고인 개명산을 비롯, 500년 역사를 간직한 향교와 아름드리 은행나무, 최영장군 묘와 연산군시대 금표비, 임진왜란의 격전지 혜음령 고개 등 다양한 역사문화 유적지가 산재해 있다"며 "조상들이 남겨 준 소중한 자산들을 잘 보전해 고양시의 자랑거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고양=송원영기자 w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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