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의 민주노총 총파업이 별다른 사고 없이 끝나 다행스럽다. 그러나 민노총은 19, 26일의 총파업을 포함하여 총력투쟁을 재개하고, 한국노총도 23일 10만명 규모의 노동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노사정간의 갈등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이번 파업의 강도가 예상보다 약했던 것은 민노총 안에 지도부의 강경노선에 반발하는 세력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노조 안의 온건한 바람이 강성 기류에 제동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격렬한 투쟁 가운데 노동계 내부에서 "노조운동에 대해 민심이탈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와 주목된다. 노동계 내부의 비판은 12일의 세미나에서 한국노총 정승국 연구조정실장에 의해 제기되었다. 이는 최근 국제노동기구(ILO) 바카로 선임연구원의 전투적 한국 노동운동에 대한 비판과 동궤의 지적이란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정 실장은 "영세기업·비정규직·여성·사무직 노동자와 청년실업자 등이 노조운동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면서 독점적 노조에 의한 내부자만의 근로조건 향상노력으로 격차가 더 심화하고 있다고 노조 내 집단 이기주의를 비판했다. 그는 또 노조의 힘은 조직원 수보다는 민주주의와 리더십에 좌우된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국·민주노총이 지도력의 부재로 장기전략을 제시하지 못한 채 노사관계 대립을 확대시키고 있다는 바카로 연구원의 비판과 부합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노동운동은 전투성·과격성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최근의 잇단 노동자 자살은 지극히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그 책임소재에 대한 논란 이전에, 자살과 총파업이 대외적으로 노조에 대한 과격한 이미지를 높이고 우리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임에 틀림없다. 이제는 노조가 내외에서 이는 민주적이고 온건한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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