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수행으로 존경 받아온 전남 곡성 성륜사 조실 청화(淸華) 스님이 12일 밤 10시30분 입적했다. 세납 80세. 법납 56세.스님은 24세에 출가한 이래 40여년 간 눕지 않고 좌선하는 장좌불와(長坐不臥) 수행과 오랜 동안의 묵언(默言) 수행을 한 당대의 선승으로 꼽힌다. 스님은 특히 "음식이란 사람의 신체와 정신을 유지시켜 주는 최소한의 수단일 뿐 배를 불리기 위한 게 아니다"며 하루 한끼만 식사를 하는 원칙을 지켜왔다.
1923년 전남 무안에서 태어난 스님은 광주사범학교를 졸업, 일본에 유학한 뒤 고향에 사학을 설립해 학생들을 가르쳤으나 해방 후 좌우(左右) 대립을 보며 심적 갈등을 겪고 출가를 결심했다. 백양사 운문암에서 금타 스님을 은사로 승려 생활을 시작한 그는 대흥사, 사성암, 벽송사, 백장암, 상원암, 칠장사 등 선원과 토굴에서 수행 정진했으며 60세가 넘어서야 대중 설법을 시작했다.
계율을 엄격히 지키며 염불선 수행을 해온 스님은 참선을 할 때는 심지어 석 달 열흘 동안 물만 먹고 정진하기도 했다. 스님은 늘 법문을 통해 "참선을 잘 하면 내가 없고 네가 없고 미운 사람 좋은 사람도 없어지며 나날이 좋은 날이고 때때로 좋은 때이다"라며 참선을 '가장 행복한 공부'라고 했다. 그는 또 불교의 어느 종파의 가르침도 버리지 않고, 다양한 교법을 서로 걸림 없이 회통하는 원통불교(圓通佛敎)를 주장했다.
한국전쟁 당시 불타버린 곡성 동리산 태안사를 1985년부터 10여년에 걸쳐 중창 복원, 구산 선문의 하나인 동리산문을 재건했다. 92년 말 미국에 금강선원을, 지난해 도봉산에 광륜사를 열었으며 '정통선의 향훈''원통불법의 요체'등의 법어집를 남겼다.
스님은 제자들에게 입적 사실을 알리지 말고 최소한 간소하게 다비식을 치를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비식은 16일 성륜사에서 조계종 원로회의장으로 열린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임종게 (臨終偈)
이 세상 저 세상
오고 감을 상관치 않으나
은혜 입은 것이 대천계만큼 큰데
은혜를 갚은 것은
작은 시내 같음을 한스러워 할 뿐이네.
(此世他世間
去來不相關
蒙恩大千界
報恩恨細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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