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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파병여건 훨씬 나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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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파병여건 훨씬 나빠졌다

입력
2003.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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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의 이탈리아군 본부가 폭탄차량 공격을 받아 수십명이 희생된 사건은 치안유지와 재건지원을 명분으로 파병했거나 파병을 논의 중인 미국의 동맹국들에 충격적인 경고를 던졌다. 주둔지역과 활동, 주민반응 등에 관계없이 외국군은 모두 저항세력의 가공할 공격대상이 될 수 있다는 엄연한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혼미한 국익논란에 몰두, 파병부대의 안전은 소홀히 여기는 우리에게 심각한 각성을 촉구하는 사태다.이번 공격은 지난 6월 일찌감치 파병한 이탈리아의 환상과 자기기만을 여지없이 파괴했다는 평가다. 이탈리아는 파병을 합리화하기 위해 파병 병력 2,400명을 경찰과 특전부대 및 민간건설인력 등으로 혼성했다. 이들은 치안임무와 함께 기반시설 복구 등 인도적 재건활동에 주력, 현지반응도 좋았다고 한다. 특히 이들이 주둔한 나시리야와 남부 최대도시 바스라 등은 치안이 안정돼 있었다. 이번 공격은 이 모든 것이 겉보기에 불과했고, 이탈리아는 스스로 기만당했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건은 추가파병을 놓고 우왕좌왕하는 우리에게도 교훈적이다. 이탈리아는 집권 연정 붕괴가 예상될 정도로 분열과 혼란에 휩싸였다. 좌파야당은 부도덕한 파병을 새삼 비난하며 철군을 촉구하고 나섰고, 의회가 6개월 시한인 파병동의를 연장하는 것을 저지할 태세다. 이라크 저항세력이 이 시점을 노렸다는 분석마저 있다.

우리가 어떤 형태로 파병을 하든 간에 이탈리아와 같은 불행을 당할 개연성은 충분하다. 이라크 전역이 전쟁상태로 되돌아간 상황에서 전투병과 비전투병 비율 등을 논란하는 것은 오히려 핵심을 벗어났다. 파병이 과연 이탈리아와 같은 대규모 인명피해를 감수할 만한 가치있는 일인지를 되새겨봐야 한다. 한미관계를 앞세워 파병을 서두르기보다, 현지정세 변화를 면밀히 지켜보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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