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길승 SK 회장의 잇따른 '대선자금 제공'발언으로 정치권에 파문이 커지고 있다. 특히 SK가 노무현 후보 선대위에 대선자금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김원기 의장이 '중개역할'을 한 것으로 13일 처음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손 회장은 최근 재계 고위인사모임에서 "지난해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무렵 열린우리당(당시 민주당) 이상수 의원이 찾아와 '당신들이 민주당에 낸 돈은 그들(구주류측)이 다 쓰고 우리(노무현 후보측)는 한푼도 못 쓰니 민주당에 준만큼 달라'고 해 다시 25억원을 만들어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김대중 정부 시절엔 여당인 민주당이 한도를 알고 매년 연초에 먼저 다 가져갔다"며 이 같이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은 앞서 SK직원 교육 때는 "'집권하면 표적사정하겠다'고 해 한나라당에도 100억원을 줬다"고 밝혔었다.
이에 대해 우리당 이상수 의원은 이날 "작년 12월 초 김원기 의장이 나한테 전화로 'SK가 도와준다는데 김창근 구조조정본부장을 한 번 만나보라'고 해 김 본부장을 처음 만나 15억원을 받았다"면서 "손 회장을 만난 사실도, 전화한 사실도 없다"고 손 회장 발언을 부인했다. 이 의원은 김 의장과 SK와의 관계에 대해선 "김 의장이 노사정위원장을 할 때 서로 알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 의장이 대선자금 모금에 관여했음이 이날 사실로 확인됨에 따라 김 의장의 역할과 개입 정도가 명확히 규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 의장은 앞서 이날 오전의 당 회의에서 "대선 때 기업들이 현금으로 돈을 준다고 한 건 거부하고 후원회에 합법적으로 내라고 권고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손 회장 발언에 대해 "최돈웅 의원이 'SK측에 후원금을 달라고 요청한 적은 있으나 강요나 강압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며 "손 회장은 누가 표적사정을 하겠다면서 액수를 지정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박진 대변인은 "최 의원이 접촉한 사람은 김창근 본부장이지 손 회장이 아니었다"며 손 회장의 해명과 사과를 요구하고 법적 책임 추궁을 예고했다. 민주당도 "후원회로 들어온 돈은 합법적으로 처리됐다"고 강조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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