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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신선함 사라진 "개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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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석의 TV홀릭]신선함 사라진 "개콘"

입력
2003.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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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KBS2 '개그콘서트'(일 오후 8시50분)의 주축 멤버인 박준형이 인기코너 '우비 삼남매'를 끝내면서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관객들이 대사를 다 따라 할 정도라면 그 코너는 접어야 할 때"라고 말이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요즘 '개그콘서트' 대부분의 코너들은 끝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대충 몇 회만 봐도 내용이 뻔히 예상되기 때문이다. 어떤 때는 꼭 재방송을 보는 것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회 비슷한 전개를 보여주는 코너들이 즐비하다.'봉숭아 학당'을 보라. 이제 관객들은 누가 어느 순간에 나올지 알고 있고, 심지어 대사까지도 외워서 출연자들의 대사에 따라 '웃을 준비'를 한다. 이야기의 소재는 바뀌지만 분위기가 '업' 되면 아이스맨(이덕재)이 등장해 등장해 관객을 조롱하고, 세바스찬(임혁필)은 알프레도(김인석)에게 오늘도 어김없이 '나가 있어!'를 외친다. 매번 두 사람이 말없이 결투를 벌이고 마치 무성영화의 변사처럼 정종철이 성대모사로 결투 장면을 묘사하는 '대결 3인조'나 과외선생이 불량 학생을 각종 스포츠를 응용해 혼내는 '공포의 과외선생' 도 마찬가지다. 결과는 뻔하고, 웃음을 끌어내는 장치도 늘 비슷한 개인기에 머물러 있다.

관객은 이미 그 다음 내용을 알고 있는데, 코미디언만 아무 것도 모르는 척 똑같은 방법으로 웃기려고 하는 것이다. 예상 못한 즐거움을 줘야 할 코미디의 힘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것은 어찌 보면 '개그콘서트'의 모순 아닌 모순이 낳은 결과이다. 짧은 시간 안에 웃음을 끌어내야 하는 '개그콘서트'식 스탠딩 코미디는 한 코너로 오래 가기 힘들다. 처음에는 기발한 것처럼 보이는 웃음이라도 곧 그 패턴에 익숙해지기 때문이다.

흥미롭게도 '개그콘서트'는 같은 포맷 안에서 계속 대중의 트렌드를 민감하게 따라가는 방식으로 코너의 진부함을 극복해왔다. 실제 일어났거나 일어날 법한 사건들을 소재로 허무한 결말을 끌어내는 '언저리 뉴스'는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를 정확히 대변했다. '생활사투리'의 웃음 코드는 사투리 자체가 아니라 모든 상황을 돌려 말하는 전라도 사람과 직설적인 경상도 사람의 캐릭터 대비에 담긴 요즘 사람들의 처세술이었다. 고정된 포맷으로 친숙함을 주면서도 내용물은 끊임없이 변해 신선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개그콘서트'의 매력이었다.

그러나 요즘 '개그콘서트'는 대부분의 코너가 단순한 말장난의 반복이나 별난 분장 등 일회성 유머로 채워진다. 신선함을 위한 노력이 사라지고, 한 번 통한 웃음을 계속 똑같이 반복하는 게으른 관성만 남은 것이다. 제작진은 왜 이 프로그램이 그토록 오랫동안 열렬한 사랑을 받았는지에 대해 잠깐 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잔인한 말이지만, 코미디언들은 인기를 끌만하면 식상해지고, 식상해지는 순간 치솟던 인기가 거짓말처럼 녹아 내리기 시작한다. 제작진은 그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사를 따라 하는 관객의 목소리 대신 예상치 못한 즐거움에서 터져 나오는 유쾌한 폭소를 들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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