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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보는 세상/ 김범룡의 "돈키호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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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로 보는 세상/ 김범룡의 "돈키호테"

입력
2003.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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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랑과 현재의 사랑을 비교하면 당연히 옛사랑이 아름다워 보인다. 옛사랑은 마음 속에 체납영수증처럼 남아 있는 회한과 그리움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상위 1%에 해당하는 부호들은 '돈을 내고 옛 연인과 재회할 수 있다면 얼마를 지불하겠느냐'는 설문에 평균 20만6,000달러를 적었다고 한다. 이 설문에서 천국으로 가는 티켓 가격이 64만 달러였음을 고려하면 엄청난 액수다.하지만 그, 또는 그녀를 만나는 게 좋은가 아닌가는 또 다른 문제다. 이슬만 먹고 살 듯 청초했던 그녀가 우악스러운 아줌마로 변해 있거나 세상 겁나는 것 없이 당당하던 그가 상사의 눈치나 보는 찌든 모습으로 변해 있다면 만나지 않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돌아온 왕년의 스타를 만나는 것 역시 헤어진 옛사랑과의 만남과 비슷하다. 아름답게 간직한 추억에 얼룩만을 더한다면 차라리 만나지 않는 편이 낫다. 물론 좋은 노래나 연기로 새로운 갈망을 불러 일으킨다면 분명 또 다른 인연의 시작이지만.

3월 미카엘밴드라는 이름으로 음반을 내고 활동을 재개한 왕년의 하이틴 스타 김승진를 보는 기분은 그렇다. 빚에 시달리고 술에 찌든 채 보낸 방황의 세월 때문일까, '스잔'을 부르던 미성은 어디 가고 아저씨처럼 변한 목소리에 마음이 아팠다.

또 한 명의 '왕년의 스타' 김범룡이 최근 음반을 내고 활동을 시작했다. 그의 노래 돈키호테는 '술에 취한 듯 휘청거리며 그렇게 나의 젊음은 지났던 거야/ 이제 돌아가야지 어릴 적 내 모습으로 잊었던 나의 친구/ 가자, 돈 돈 돈 돈키호테'라며 화려했던 과거로의 회귀를 소망하는 듯하다. 하지만 추억은 추억일 뿐 나아진 노래,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팬들은 "차라리 나오지 말지"라고 할 게 분명하다.

연인 혹은 연예인에 대한 사랑은 갈망에서 시작한다. 새로운 욕망을 불러 일으키지 않는 복귀는 '아사코와 나는 세 번 만났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것이다'라는 피천득의 수필 '인연'의 마지막 구절처럼 씁쓸할 뿐이다.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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