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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경찰의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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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경찰의 위법

입력
2003.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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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들은 마구잡이로 구속하면서 경찰이 위법행위를 하다니 말이 되나요?"외교기관 주변의 집회금지조치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경찰이 유관기관에 집회 선점을 유도하거나 알선했다는 사실이 보도된 12일 시민단체들은 잇달아 분노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더구나 이날은 6년 여 만의 화염병시위로 노동자 56명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된 직후여서 이들의 비난은 더욱 격앙됐다. 민주노총 등은 이날 "기본권인 집회와 시위를 보호해야 할 경찰이 일제시대 경찰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시민단체들의 반발은 지난 달 30일 서울 종로경찰서가 취한 행태를 보면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종로서는 당시 집회 신고자들이 몰려 장사진을 이루자 관내 대기업측에게 신고 우선권을 줬다. 민노당 유병규 사무국장은 "그날 오후 4시께 순서를 기다리던 중 대림산업 관계자를 따로 옆방으로 불러 먼저 집회를 신고토록 했다"고 말했다.

종로서 형사가 대리신청서를 작성해 삼청동 총리공관 주변 등에 위장집회 신고를 유도한 사실은 더욱 기가 막히다. 당시 김성배 종로구의원은 종로서 배모 경장으로부터 "감사원 주변에 집회신고를 내달라"는 전화부탁을 받았다. 김의원은 "회식중이어서 못 간다고 했더니 배 경장이 '대신 신고서를 작성해주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의원은 이튿날 자신의 친필 사인까지 허위로 기재된 신청서에 도장만 찍었을 뿐이었다. 집회와 시위는 힘없는 사람들의 마지막 의사 표현 수단으로 헌법에 보장된 자유다. 그런데도 스스로 법을 지켜야 하는 경찰이 정보력을 남용해 이를 유린한 것은 '국민의 경찰'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박은형 사회1부 기자 voi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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