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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신문 "새매체"로 뿌리 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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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신문 "새매체"로 뿌리 내릴까

입력
2003.11.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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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2호선으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박은미(27)씨는 빈손으로 집을 나온 날이면 지하철역 입구에서 으레 무료신문을 받아 든다. 회사까지 꼬박 45분이 걸리는데 그 시간 동안 무언가 읽을 거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 "무료신문이 전날의 중요 사건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타블로이드 판형이라 보기 좋고 눈길 가는 기사 몇 개만 골라 보면 되니까 편리해요. 무엇보다 공짜여서 부담이 없고요."무료신문이 아침 출근시간 대도시 지하철 이용객에게 새로운 개념의 매체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광고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근본적 한계 때문에 상업주의로 흐를 가능성과 기존 신문시장을 더욱 혼탁하게 만들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화일보가 17일 AM7을 창간, 무료신문 시장에 본격 가세할 예정이어서 학계와 언론단체가 무료신문이 신문시장에 미칠 파급효과에 대한 분석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현황 및 실태

10월 현재 무료일간지로 등록한 신문은 메트로, 더데일리포커스(이하 포커스), 목포일보, 부산타임스 등 4개. 이중 스웨덴 본사와 제호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메트로(50만부)가 지난해 5월 창간해 무료신문 시대를 열었고, 올 6월 포커스(70만부)가 뛰어들어 무료신문 100만부 시대가 열렸다. 또 전국에서 75만부를 배포할 예정인 AM7까지 합치면 무료신문 발행부수는 200만부에 육박한다. 종합일간지와 경제신문, 스포츠신문 등의 가판 배포량 50만부를 크게 웃돈다.

현재 월 18억원의 광고 매출을 올리고 있는 메트로는 10월 당기 손익분기점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후발주자인 포커스는 월 5억∼6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지만 조만간 메트로를 따라 잡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포커스는 12일 전국지를 선언, 전국 14개 지역에서 동시배포에 들어갔다.

조충연 포커스 경영기획실장은 "현대인의 신문구독 시간이 점차 감소하는 미디어 환경을 고려해 여론형성 기능에 치중하는 기존 언론시장에 참여하는 대신 통근 시간을 유익하게 보낼 수 있도록 단순한 사실(Fact) 중심의 기사를 제공한 것이 먹혔다"고 분석했다.

엇갈리는 평가

한국언론재단은 서울 지역 성인 600명을 대상으로 무료신문 구독 실태를 조사해 11일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44.7%가 무료신문을 읽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무료신문을 읽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하루 평균 약 21분을 무료신문, 약 43분을 일간지를 읽는 데 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료신문은 기존 신문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92.9%가 무료신문 때문에 일간지를 끊지는 않겠다고 대답했지만 44.7%는 무료신문을 읽은 후 가판대에서 신문을 사는 횟수가 줄었다고 답했다.

그러나 무료신문이 업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직 평가가 엇갈린다. 조충연 실장은 7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과 언론노조 주최로 열린 무료신문 관련 토론회에서 "저널리즘의 관점보다는 미디어 비즈니스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무료신문이 일종의 서비스 상품이라는 측면을 강조했다. 포커스는 12일자 전국배포 관련 특집기사에서 "거세게 이는 무료신문 신드롬은 독자를 더 이상 계도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로 대우하면서 언론도 스스로 '서비스 산업'이라는 인식을 가지라는 충고처럼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무료신문이 기존 신문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가 주를 이뤘다. 발제를 맡은 정연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무료신문이 무가지·경품 제공 등 불공정 관행이 존속하는 유료신문 시장을 더욱 혼탁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발제자인 신미희 오마이뉴스 기자도 "광고업계는 중저가 광고를 타깃으로 하는 무료신문이 군소 신문사의 광고영업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고 언론계는 무료신문의 범람이 저널리즘과 신문의 신뢰도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토론자로 나선 조준상 언론노조 정책국장은 "메트로와 포커스를 보면 광고성 기사나 기사형 광고가 많아 독자를 현혹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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