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신에서 전두환까지.'MBC가 '다모' '대장금'의 뒤를 이어 월·화 드라마의 시청률 평정을 위해 2005년까지 장기적인 시대극 편성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대장금' 종영 후 2005년까지 '영웅시대' '신돈' '제5공화국' '삼한지'가 차례로 방송될 예정이다.
'영웅시대'는 1970년대 한국 경제 부흥의 주역이었던 기업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경제드라마이다. 원래 현대그룹의 고 정주영, 정몽헌 회장 부자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알려졌으나 다른 재계 주역으로까지 범위가 확대됐다.
따라서 현대그룹의 정주영 전 회장, 삼성그룹의 창업주인 이병철 전 회장, 대우그룹 신화를 일궜던 김우중 전 회장 등의 이야기가 다뤄진다. 기업총수 뿐 아니라 신입사원으로 시작해 전문경영인으로 올라선 전문경영인 이야기도 함께 다룬다. 이를 위해 제작진은 실제 자료를 토대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가공의 이야기를 섞어서 드라마로 만들 계획이다.
'신돈'은 제목 그대로 고려 공민왕 시절 정치를 쥐락펴락해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는 승려 신돈을 다룬 대하 사극이다. 그는 국사에 참여해 기득권 세력을 견제하고 민생 안정을 꾀해 백성들에게는 신승으로 추앙받았으나 귀족들에게는 요승 취급을 당했다. 드라마는 정사를 기본으로 하고 야사를 참조해 아들까지 두는 등 논란이 많은 그의 행적을 비롯, 역사상 평가 등을 적절히 반영할 방침이다.
'제5공화국'은 제4공화국이 방영된 지 10년 만에 부활하는 정치 드라마로 군사정권 집권기인 격동의 80년대가 배경이다. MBC는 실존 인물을 다뤄야 하는 만큼 법적인 자문을 구해 사실에 입각한 다큐멘터리성 드라마로 만들 예정이다.
기대를 모으는 작품은 2005년 가을쯤 방영될 '삼한지'. 김정산의 베스트셀러 대하소설을 바탕으로 50부작 예정으로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삼국시대 이야기를 다룬 '우리 삼국지'이다. 신라가 나당 대전을 승리로 이끈 580년부터 삼국통일을 이룬 676년까지의 역사를 김춘추, 김유신, 연개소문 등 당시 주역들에 초점을 맞춰 진행한다. 야사 및 민속사적 내용이 함께 가미돼 기존 역사물과 다른 독특한 재미를 줄 것이라는 게 MBC측 설명이다.
드라마국의 박정 국장은 "MBC 드라마국의 기본 방침은 월·화요일에는 남성 시청자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선 굵은 드라마를, 수·목요일에는 여성취향의 트렌드물을 배치하는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월∼목요일 드라마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안배이며 시청률만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들 드라마는 아직까지 기획 단계인 만큼 제작진이나 배우 섭외가 이뤄지지는 않았으나 '삼한지'의 경우 미술비만 70억∼100억원을 고려하는 등 예사 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 가운데 '신돈'만 외주 제작이고 나머지는 모두 MBC 자체 제작이다. '다모'의 이재규, '조선왕조실록'의 신호균 PD 등이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박 국장은 "시대물이라고 해서 꼭 관록있는 PD만 맡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하고 "젊은 감각이 가미되면 다모처럼 독특한 사극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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