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일부 기업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대선자금 수사의 큰 줄기가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고 있는 기업은 LG를 포함 2, 3개 기업에 국한된 것으로 보인다. 대선자금 수사선상에 오른 모든 기업을 상대로 한 전면적인 비자금 수사는 실현 가능성이 적은 시나리오다. 검찰 수사력의 물리적 한계도 그렇지만 기업 비자금 들추기는 이번 수사의 본류와 거리가 있고 자칫 여론의 역풍을 일으킬 소지마저 있다.
그런 면에서 비자금 수사는 극소수 기업에 국한해 제한적으로 실시될 것이며, 이는 다분히 '계도적' 목적을 띄고 있다는 것이 검찰 주변의 일관된 분석이다. 즉 수사협조에 미온적이고 기업 상호간 눈치보기로 일관하는 대다수 기업들에게 "검찰이 이렇게 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으로 비자금 수사의 목적은 달성된다는 것이다. 문효남 수사기획관은 지난 11일 "수사대상 기업들에 대한 분류작업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고 말해 기업간 차등화 방침을 시사했다. 극소수 기업에 대해서는 '가래'를, 상대적으로 죄질이 가벼운 나머지 기업에 대해서는 '호미'를 들겠다는 계산이다.
일단 검찰이 눈여겨 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LG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수사가 예상된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완벽한 단서를 포착했다기 보다는 여러 가능성을 폭넓게 검토하는 단계로 보인다.
업계 주변에서는 LG가 올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몇가지 무리수를 뒀고, 검찰도 이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주회사 지분 확보를 명분으로 일부 계열사 주식에 대한 오너 일가의 대량 주식매도가 있었는데 이 과정에 의문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LG 창업 가문인 구씨와 허씨 일가, LG전자 등 계열사는 평균 1만원선에 매입한 LG카드 주식 980만주를 3만6,000원선에 매각, 최소 1,960억원의 매매차익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3월과 4월, 6월 등에도 지속적인 주식매도가 이뤄져 매번 300억원∼500억원의 매매차익을 남긴 것으로 언론에 보도됐다. 올들어 LG카드는 경영난으로 지속적인 주가하락을 겪었는데 대량 주식매도가 하락세를 부채질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물론 이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이 과정에서 부당거래가 있었는지, 주식 매각대금이 엉뚱한 용도에 쓰이지는 않았는지에 대해 광범위한 수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LG 외에도 지금까지 시민단체의 문제제기가 있었거나 검찰이 자체 자료를 축적한 한 두 기업에 대해서도 동일한 수준의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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