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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53>林種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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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53>林種國

입력
2003.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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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1월12일 일제 하 친일 문제 연구로 유명한 평론가 임종국이 60세로 작고했다. 임종국은 경남 창녕 출신이다. 고려대 정외과를 졸업했지만, 문학에 뜻을 두어 시와 문학 평론으로 글쓰기를 시작했다. 해설을 곁들여 그가 엮은 '이상전집(李箱全集)(1956)'은 이상 연구의 선구적 업적으로 꼽힌다. 1965년의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임종국의 글쓰기는 친일 문제를 중심으로 궤적을 그려나갔다.'친일문학론'(1966)으로 점화한 그의 친일 연구는 '일제 침략과 친일파'(1982), '밤의 일제 침략사'(1984), '일제 하의 사상탄압'(1986), '친일 논설 선집'(1987), '일본군의 조선침략사'(1988) 등으로 이어지며, 친일파와 그의 친구들이 권력과 여론 시장을 틀어쥔 한국 사회에서 민족적 자의식을 일깨우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그의 작업은, 일본제국주의의 법적 부정을 바탕으로 세워졌으면서도 실제로는 일제 협력자들의 손아귀에 붙들려 있는 대한민국의 분열증적 상황을 진단하고 치료하려는 노력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놀랍지 않게도, 언론계를 포함한 주류 사회는 임종국의 이 '위험한' 작업을 백안시했다.

임종국의 유고 한 대목. "아일랜드는 300년 만에 압박을 벗었고 유대 민족은 2천년을 나라 없이 떠돌아다녔으나, 그들은 민족의 전통을 상실하지 않았다. 우리가 불과 35년으로 이 지경까지 타락했었다는 것은 단순히 친일자들의 수치로만 끝날 일이 아니다. 민족 전체의 수치로서, 맹성은 물론 환골탈태의 결사적 고행이 수반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청산이 아니라 오히려 온존된 일제의 잔재는 이 땅의 구석구석에서 민족의 정기를 좀먹었고, 민족의 가치관을 학살하였다. 이 흙탕물을 걷어내지 못하는 한 민족의 자주는 공염불이요, 따라서 민족의 통일도 백일몽이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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