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고통스러운 경험에서 얻은 교훈을 너무 빨리 잊는 탓에 바람직하지 못한 판단을 초래할 수 있으며, 그 단적인 사례는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태도에서 나타났다."로버트 루빈(65·사진) 전 미국 재무장관은 18일 출간될 회고록 '불확실한 세계: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어려운 선택들'에서 외환위기를 막 벗어난 한국 정부가 1999년 뉴욕 금융시장에서 채권 발행을 시도했으나 금리 수준 때문에 발행을 포기하려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11일 발췌 보도한 회고록에 따르면 루빈은 금리가 예상보다 0.25% 높아 채권 발행을 주저하던 한국의 신임 재무장관과 심한 설전을 벌였으며 금리 수준을 불문하고 채권 발행을 강행하도록 권유했다.
회고록은 채권발행 협정 서명 차 뉴욕을 가는 길에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 재무장관과의 회담 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그는 회담에서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데 0.25% 포인트나 1% 포인트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한국 재무장관은 "0.25% 포인트는 0.25% 포인트다. 우리는 지나친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루빈은 채권 발행을 포기하면 투자자들의 불신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충고에 한국 재무장관이 수긍하지 않자 참을성을 잃고 "한국은 당신의 나라지 내 나라가 아니다"며 "알아서 하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대해 재경부는 "우리 정부는 98년4월 이규성 장관이 뉴욕을 방문,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외국환평형기금채권 40억 달러 어치를 발행했다"며 "루빈이 이 시점을 99년으로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경부는 또 "우리 정부의 의지대로 0.25%포인트를 인하하고도 당초 계획 물량인 30억 달러보다 10억 달러 많은 40억 달러를 성공적으로 발행했고, 10년간 총 8,750만 달러의 금리절감 효과도 거뒀다"며 루빈의 주장을 반박했다.
/배연해기자 seapow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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