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할인점이라는 새로운 유통업태가 도입된 지 12일로 10년을 맞는다. 1993년 서울 도봉구 창동에 신세계이마트 1호점 개장과 함께 시작된 국내 할인점은 백화점과 재래시장 중심의 국내 유통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싼 가격과 편의성을 앞세워 해마다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 온 할인점은 올 상반기 처음으로 백화점을 제치고 최대 유통업태로 부상했다.상시 할인가격 시대
할인점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는 언제나 싼 가격에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상시 최저가격 시대를 열었다는 점. 유통단계의 단축과 대량 구매에 따른 가격협상력으로 판매가격이 다른 유통업태에 비해 20% 정도 저렴해진 것이다. 물가도 따라 내렸다. 산업연구원(KIET)는 2002년 자료에서 "할인점을 필두로 한 유통산업의 성장이 소비자 물가를 0.5% 포인트 끌어내렸다"고 밝혔다. 쇼핑문화행태도 완전히 바뀌었다. 할인점은 상품만 늘어놓고 파는 곳이 아니라 즉석조리식품 코너, 영화관, 문화센터, 어린이놀이방, 미용실, 약국, 병원, 세탁소, 커피전문점, 지자체 민원센터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춰 온 가족이 나와 물건을 고르는 가족 단위의 원스톱 쇼핑문화를 정착시켰다.
막강한 가격결정권
할인점이 주도한 유통혁명의 또 다른 특징은 산업의 주도권이 제조업체에서 유통업체로 넘어왔다는 점이다. 할인점 점포가 하루에 최대 15억원씩의 매출을 올리게 되자 제조업체는 할인점의 가격인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국내 최대 가전 메이커인 삼성전자도 할인점과 힘겨루기에서 패할 정도였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재고관리와 배달 등의 업무를 할인점이 직접 맡도록 요구했다가 이에 반발한 주요 할인점들이 삼성제품을 매장에서 철수시키자 요구를 거둬들여야 했다.
미래 유통시장 선도
할인점은 10년 만에 상반기 총매출액 기준으로 백화점(8조6,000억원)을 추월, 9조원을 돌파했다. 미국에서는 50년, 일본에서는 49년이 걸린 백화점 추월 현상이 한국에서는 10년 만에 실현된 것이다. 특히 올해는 경기위축에도 불구하고 20%대의 성장률이 예상되며 연간 매출도 2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할인점 점포수도 99년 100개를 돌파한데 이어 올해 말까지 270∼280개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향후 3∼4년간 매년 40여개씩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삼성증권 한영아 애널리스트는 "할인점 시장은 2006년까지 연평균 17.7%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 유통시장의 선도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혁기자 hyuk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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