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6년 반 만에 화염병 시위가 부활한 배경은 무엇보다 최근 잇단 분신 ·투신자살사건으로 노동자들의 감정이 격앙돼 있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날 "정부가 손배·가압류에 대한 응급처방을 내놓지 않고 있으며 그렇다고 마땅한 대화채널도 없어 노동자들이 궁지에 몰린 상황"이라며 과격시위의 책임을 정부 탓으로 돌렸다.실제로 노동계 기류는 지난 달 중순 이후 불과 1주일 사이 3차례나 발생한 분신사태로 분위기가 좋지 않던 차에 6일 노무현 대통령이 "분신을 투쟁수단으로 삼는 시대는 지났다"는 발언을 하면서 폭발했다. 특히 이날 시한부 파업 시위 도중 경찰과 직접 충돌하면서 일부 노조원들이 "일방적으로 당하지 말자"고 주장, 강경 선회를 예고했다. 각종 노동단체 홈페이지에는 이때부터 "노동자대회 때는 쇠파이프를 준비하자" "화염병으로 항의하자" "선봉대 2,000명을 조직하자"는 글이 잇달았다.
노동자들의 격앙된 분위기 못지않게 복잡한 민주노총 내부 사정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8월 '화물연대 2차 파업' 실패를 계기로 현 집행부에 대한 성토 움직임이 일었다. 게다가 내년 1월로 예정된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대 정부 투쟁 방향에 대한 내부 이견이 컸다는 후문이다.
경찰이 과격시위의 '배후'로 꼽는 단체는 1만명이라는 대규모 소속 조합원이 시위에 참가한 금속연맹 노조다. 지난 1월 두산중공업 배달호씨를 포함, 올해 들어 자살한 노동자 4명 중 3명이 금속연맹노조 소속이며, 과거 대우중공업, 두산중공업의 장기 파업을 주도한 전력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사법 당국이 엄중처리 방침을 밝히자 "노조원들의 강경 움직임은 감지했으나, 지도부가 관여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화염병 시위를 주도하지는 않았을 지라도 최소한 과격 시위를 묵인했을 가능성은 높다"라고 배후수사 의지를 밝혔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