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지난해 민주당에 제공한 대선후원금이 공개된 10일 해당그룹이나 기업들은 구조조정본부를 중심으로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검찰의 수사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특히 임직원 명의로 정치자금을 준 삼성, 현대자동차, SK 등 일부 그룹들은 "현행법상 문제될 게 없다"면서도 편법처리에 따른 사법처리 가능성을 우려하는 등 폭풍전야의 긴장이 감돌고 있다.
무명의 비상장사와 전·현직 사장명의로 지난해 12월 10억원을 제공한 삼성그룹은 "당시 정치자금을 낼 수 있는 전자 등 주요 계열사들은 이미 법정한도를 초과해 추가로 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기부금 한도에 여유가 있던 삼성벤처투자등이 분담해서 7억원을 기탁했다"고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합작사와 적자기업을 제외하고 정치자금을 낼 수 있는 계열사는 21개사로 이들 계열사들이 법정한도(연간 2억원)안에서 낼 수 있는 정치자금은 40억원 가량된다"면서 "하지만 대부분 연초부터 여야의 중앙당과 국회의원의 개인후원회등에 기탁해 한도가 소진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소병해 전 회장비서실장 등 전·현직 사장 3명이 개인명의로 1억원씩 낸 것과 관련, "10억원을 맞춘다는 의미에서 여유가 있는 분들이 적법하게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계열사 사장단의 경우 연간 10억원을 받으므로, 1억원의 정치자금 기탁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그룹 입장이다.
20명의 임원들이 6억4,000만원을 민주당에 기부한 것으로 밝혀진 현대차는 개인명의가 상대적으로 많은 이유에 대해 "계열사들의 기부금 처리 법정한도를 지키기 위한 조치였다"면서 "임원이 낸 기부금은 개인통장에서 지출됐으며, 연말 정산시 세액공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LG는 민주당에 건넨 후원금 20억원은 모두 영수증을 받고 적법하게 처리했으므로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LG관계자는 그러나 "만약 검찰의 조사를 받게 될 경우 최대한 성실하게 협조할 것"이라고 해명하는 등 검찰을 자극하지 않기위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가장 많은 후원금(25억원)을 제공한 SK는 임원 33명이 10억원을 낸 것에 대해 "법인들의 경우 당시 법정 한도를 넘어 임원들이 개인명의로 냈다"며 "이미 검찰조사에서 다 끝난 사안"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7억원을 제공한 롯데의 경우 "대선 전인 2001년 당시 흑자를 낸 롯데산업 등 5개 계열사들이 법정한도안에서 1억∼2억원을 할당해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다른 계열사들도 민주당외에 다른 당에도 기탁했다"고 밝혔다.
동부, 효성, 동양, 코오롱, 삼양사, 태평양 등 중견 그룹들도 "법정 기부금 한도내에서 정상적인 회계처리를 거쳐 후원금을 제공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삼성, LG, SK, 롯데 등이 후보 단일화가 10일가량 지난 후인 지난해 12월 5, 6일에 후원금을 낸 것에 대해 담합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해당 그룹들은 "개별기업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후보단일화이전 한나라당 후보의 우세를 점쳐왔던 주요 그룹들이 후보단일화를 계기로 민주당에도 '보험성 후원금'을 급거 제공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재계는 풀이하고 있다.
/이의춘기자·정영오기자·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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