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0%의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한푼의 배당도 받지 못한 산업은행, 방송공사(KBS), 교육방송(EBS)에 대해 내년부터 배당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한다. 기업에서 이익이 생길 때 투자지분에 따라 배당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근간으로, 정부가 투자 또는 출자한 기관에 대해 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정부가 100%의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한푼의 배당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은 아무리 제도상의 제약이 있었다 하더라도 관리소홀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이들 3개사는 정부투자기관관리법 적용대상에 포함돼 있지만 산업은행은 산은법에 무배당기관으로 규정돼 있고, KBS와 EBS는 배당에 관한 지침을 정관에 정하도록 돼 있으나 여태까지 아무런 조항을 두지 않아 이익이 발생해도 정부지분에 대한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공익차원의 재투자를 위한 사내유보가 필요했던 시기의 관행이 상황이 변했는데도 그대로 이어져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산은 총재의 연봉(6억700만원)이 한국은행 총재 연봉(2억5,400만원)의 3배에 가깝고 KBS나 EBS의 방만한 운영이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도 이 같은 제도적 허점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게 일반의 시각이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정부투자기관의 운영상 문제점을 파악, 3개 기관은 물론 22개 정부투자 및 출자기관 중 배당을 실시하지 않는 기관에 대해서도 배당을 하도록 방침을 정하고 제도적 장치 마련에 나선 것은 적절한 조치로 평가한다.
일부에선 정부가 배당 압력을 통해 국영방송에 대한 영향력 강화를 노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정부는 이런 우려를 불식하고 이번 조치를 계기로 정부투자 및 출자기관의 방만한 경영관행을 획기적으로 바꾸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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