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말을 정확히 알아듣지 못하고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해도 참고 기다려야 합니다. 장애인들은 조금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거든요."10일 서울 송파경찰서 대강당. 200여명의 경찰관들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박숙경 인권센터 팀장의 '장애인권교육' 강의에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 경찰 사상 최초로 이날 장애인 인권침해 실태에 대한 교육이 실시된 것은 지난 8월 송파서 관내에서 발생한 사건 때문이었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한 시각장애인 여성이 80대 노인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으나 출동한 경찰관이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아느냐"며 이를 무시했던 것. 이 여성은 이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함께 경찰에 항의했고, 자체 조사를 벌인 송파서는 관련 경찰관 3명을 징계한 후 재발방지를 위해 장애인 인권교육을 실시키로 했다.
박 팀장은 이날 교육에서 장애인의 실태와 장애인 피의자 조사과정에서 발생했던 무리한 사례들을 낱낱이 지적했다. "지난해 부산에서 정신지체장애인이 600원을 훔치고 여죄 추궁을 당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 24건을 진술했다가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진 일이 있어요. 정신지체장애인은 낯선 환경에서 겁을 먹으면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진술하는 경향이 있는데 조사 경찰관이 이를 몰랐기 때문이었죠." 박 팀장은 또 "한 시각장애인은 혼자서 조사를 받고 진술서도 보이지 않는데 지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며 "장애인을 조사할 경우 재차 확인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을 마친 경찰관들은 "장애인과 입장을 바꿔 생각하고 조사에 임하겠다"는 등 대체로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박숙경 팀장은 "한 번의 교육으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식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모두 공감하는 표정이어서 다행이었다"며 "다른 경찰서에서도 이런 교육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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