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의 일본 오사카(大阪)는 하늘도 무심했다. 11회를 끝으로 중단된 오사카 사천왕사의 왓쇼이 축제가 2년 만에 부활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내린 비로 취소됐기 때문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날씨였다. 다음날 이내 쾌청해지자 더욱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축제에 앞서 왕인 박사 추모제가 예정대로 열렸다는 점이다. 추모제는 오사카 부근 히라카타에 있는 박사의 묘에서 조세형 주일대사와 박사의 고향인 전남 영암의 대표인사로 유인학 삼한역사문화연구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평소처럼 엄수됐다.■ 왓쇼이는 오사카 일대 등의 재일동포들이 일본열도에 떨친 민족혼을 기리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1990년 시작됐다. 왓쇼이는 고대 우리민족들이 일본열도에 도착했을 때 '왔소'라고 외치던 말에서 비롯됐다. 축제는 왕인 박사 등 1,400여년 전 일본열도에 안착했던 수많은 이국인들의 행차를 재현한 일종의 가장행렬이다. 형형색색의 고대 복장을 한 4,000여명의 참가자들은 오사카 번화가 1.3㎞를 2시간 여에 걸쳐 행진하며 '왔소'를 외친다. 일대의 교통은 완전 통제되고 연도에는 40만명 이상의 시민이 운집한다. 마침 이날은 문화의 날로 일본 공휴일이다. TV는 축제를 생중계한다. 하이라이트는 백제 등 외국의 문물을 과감하게 수용, 일본 고대문화의 기틀을 다진 쇼오토쿠(聖德)태자가 이국인들을 융숭하게 맞으며 평화선언을 하는 장면. 이어 한일 양국정상의 축하 메시지가 낭독된다. 왓쇼이는 일본 우익단체의 견제에도 불구, 오사카의 3대 축제로 자리 잡았다.
■ 왓쇼이는 절대적 후원자였던 이희건(李熙健)씨 소유의 간사이고긴(關西興銀)이 부도 나면서 2001년 중단됐다. 하지만 왓쇼이의 상징성이 없어져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는 2년 만에 축제를 부활시켰다. 27억원이 들어가던 축제규모가 13억원 정도로 축소되긴 했지만 뜻있는 인사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일본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가 축제 부활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친서를 보내주었고, 오사카 지방정부가 1,000만엔(1억 1,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 뜻하지 않은 비 때문에 행사는 취소됐지만 재일동포들의 자존심인 왓쇼이정신은 부활했다. 살아 생전에 왓쇼이의 부활을 보는 게 마지막 희망이라는 이희건 노인의 소원도 이뤄졌다. 주최측은 내년에는 더 큰 규모의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제발 내년 11월3일 오사카에는 비가 오지 말았으면 한다.
/이병규 논설위원 veroic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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