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이 너무 쉽게 잊혀져 가고 있어 안타깝습니다."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연습실. 황성호(47)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자신의 '진혼 2003' 연습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진혼 2003'은 지난해 6월29일 서해교전에서 꽃다운 나이에 숨져 간 젊은 넋을 위로하는 국악 창작곡으로 12∼14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한국음악창작발표회 '새가락 삼일야'의 둘째날 무대에 오른다.
황 교수는 "정치적 사건이지만 정치적 입장을 떠나 남북 양쪽의 젊은이들이 죽어간 큰 사건이 너무 소홀히 다뤄지고 있는 것 아니냐"며 "작곡하는 사람 입장에서 그 이야기를 음악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올 여름방학 때 완성한 이 곡은 해군군악대가 요청한 '황해'를 작곡하던 도중 문득 서해교전에서 죽어간 영혼을 위로하고 싶어서 만들었다고 했다. "제의(祭儀)에 관한 내용입니다. 슬프고 내면으로 침전하는 부분과 힘있는 부분이 대조됩니다. 못다 핀 꿈과 밝고 젊은 혈기가 타오르다가 미완으로 사라지는 과정을 표현했어요."
연주에는 산조아쟁과 8현 아쟁 각각 하나, 9현 아쟁 둘, 양금 등 5인조 편성에 두 명의 타악 연주자가 추가된다. 원래 서양음악 작곡가인 그에게 '진혼 2003'은 네 번째 국악곡이다. 저음 악기에 활로 연주하는 아쟁의 가능성을 탐구하려고 피치카토(손으로 뜯는 연주)와 높은 음도 많이 썼다.
13일의 연주회가 지난해 숨진 젊은 넋을 달래는 '진혼'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02)580―3333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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