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민주노총이 화염병 시위를 벌인 것을 계기로 노·정 관계가 다시 급격히 악화되면서 정면충돌로 치달을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12일 전면 총파업을 강행하고 매주 수요일 금속노조를 중심으로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하는 등 동투(冬鬪)의 수위를 높일 태세인 반면 정부는 지도부 사법처리까지 거론하면서 강경대응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민주노총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동자들의 분신·자살사태가 발생하자 노동계는 손해배상청구 소송 및 가압류 철회와 비정규직 차별 대책 마련을 요구했으나 정부가 담화를 통해 기존 정책을 재탕한 대책을 내놓는 데 그쳐 노동자들의 불만이 확산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렇게 분위기가 격앙된 상태에서 경찰은 시위 당일 오후 5시께 종로3가-탑골공원에서 평화적으로 거리행진을 벌이던 1만여명의 시위대를 몰아붙이며 방패로 찍고 곤봉으로 때려 노동자들을 자극했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12일 철도·지하철 등 공공부문까지 가세한 2차 총파업을 강행하고 이라크파병반대 범국민대회(15일)와 농민대회(19일), 민중대회(12월), 매주 수요일 파업 등으로 대정부공세를 계속 해 나기로 했다.
그러나 경찰은 "화염병은 어떤 경우에도 용서할 수 없다"며 지도부와 관련자의 무더기 구속까지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당일 현장에서 화염병 투척 및 투석시위 혐의자 등 110여명을 연행, 극렬 행위자를 사법 처리할 계획이며, 나아가 민주노총 지도부에 대한 사법처리까지 검토중이다. 허성관 행정자치부 장관도 9일 밤 이례적으로 입장발표를 통해 "화염병 투척자 등을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겠다"고 밝혔다.
노동 전문가들은 "손배·가압류,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노·정이 접점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 연장선상에서 돌발한 이번 사태 역시 돌파구를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게다가 민주노총은 노동정책 외에도 이라크 파병 문제 등 각종 현안에서 정부와의 대결 수위를 높일 방침이어서 노·정 갈등은 갈수록 깊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노동계 일각에서는 화염병 시위로 따가운 여론의 화살을 받지 않을까 내심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어 민주노총의 투쟁이 마냥 강경으로만 치달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노동현안은 자취를 감추고 폭력 부분만 부각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이번 사태를 일으킨 민주노총 강경파를 은근히 비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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