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보고 싶니 당근! 내 생각나니 당근! 나 좋아하니 당근! 나 사랑하니 당근! 너 변하지마 당근! 언제까지나 당근! 늘 행복해요 당근! 늘 즐거워요 당근! 사랑해 사랑해 당근∼∼ 송!"수개월 전 네티즌 사이에 널리 회자됐던 '당근송'의 가사다. 단순하지만 귀여운 멜로디에 맞춰 당근이 합창을 하고 무리 지어 춤추는 모습을 담은 이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엽기송' 열풍을 만들어 냈다.코믹송이라고 불리는 엽기송은 일반적으로 귀여운 가사와 멜로디로 만든 동요풍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말한다. 인터넷 카드용으로 당근송을 작사, 작곡한 조재윤, 김희빈씨는 이외에도 '콩떼기송', '밥풀떼기송', '해피송', '흔들흔들송' 등 인기 있는 엽기송을 여럿 만들어 엽기송 열풍에 불을 붙였다.
엽기송의 원조는 우유송
동요풍이라 어린이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이들 엽기송이 맨 처음 네티즌의 사랑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말부터로, 최근 TV광고에도 삽입된 '우유송'이 원조라고 알려져 있다. "콜라 싫어, 홍차 싫어, 새까만 커피 오∼노!"라며 시작하는 이 노래는 "우유 좋아, 우유 좋아, 우유 주세요∼ 다 주세요"란 후렴구가 인상적이다. 재미있는 것은 탄산음료보다 우유를 먹으라고 권하는 교훈적 내용인데도 어린이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널리 인기를 얻었다는 점이다.
이처럼 우유송으로 엽기송의 파급 효과가 입증되자, 여러 업체들이 상업적 목적으로 엽기송을 만들기 시작했다. NHN의 '엔토이'는 당근송의 조재윤, 김희빈씨를 스카우트해 9월 초 사이트 오픈과 동시에 '숫자송'을 선보여 큰 호응을 얻었고, 이후 감기송, 스타송 등을 연달아 발표했다. 네오위즈의 게임사이트 '피망닷컴'과 엔터테인먼트 포털사이트인 '로플넷'은 사이트 홍보를 위해 각각 '피망송', '로플송'을 만들었다. 오뚜기는 신제품 야채 음료인 '야채야'를 홍보하기 위해 '야채송'을 내놓기도 했고, 롯데제과는 '빼빼로송'을 만들었다.
누구나 만들 수 있어 인기
엽기송이 이렇게 널리 인기를 얻은 데는 네티즌들이 직접 만들어 퍼뜨릴 수 있다는 장점도 한몫 했다. PC에 마이크를 연결하고 직접 노래를 불러 녹음한 뒤, 플래시 애니메이션 저작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음악과 그림을 연결하면 누구나 간단한 엽기송 하나쯤은 만들 수 있다. 한 네티즌은 우유송을 패러디한 '소주송'을 만들었는데, "소주 좋아, 소주 좋아, 소주 주세요"라고 외치는 이 노래는 성인 네티즌 사이에 인기를 얻었다.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어려운 이들은 단순히 노래만 녹음해 mp3 파일로 만들어 퍼뜨리기도 한다. '땅그지송' '코딱지송' '꼬진 핸드폰송' 등이 그러한 예. 애니메이션이 없는 대신 '코딱지가 맛있다'는 등 엽기적 가사로 인기를 얻었다.
최근에 어린이들 사이에 사탄 숭배 공포까지 조장해 물의를 빚었던 '팥죽송'도 엽기송의 일종. 극히 간단한 플래시애니메이션에 자동반복 기능을 넣었을 뿐인 이 노래는 근거 없는 사탄 숭배 소문 때문에 엽기송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퍼뜨렸다. 그러나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퍼뜨릴 수 있는 인터넷의 특성상, 엽기송 열풍은 당분간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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