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이공계 대학의 입시설명회가 열린 8일 오후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 당초 1,000명이 넘는 참석자를 예상한 학교측 기대와 달리 이날 입시설명회장에는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불과 500여명만이 참석해 궂은 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역력했다. 뜻밖의 '흥행실패'에 대해 한 자연대 교수는 "수능 수험생들이 대부분 기말고사 기간인데다 홍보가 부족하긴 했지만 이렇게 썰렁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탄식했다.행사를 준비한 이공계 교수들은 "국내 언론의 과장 보도 등으로 이공계 위기가 실제보다 과장된 측면이 많다"며 학과 소개와 향후 진로 등 이공대 홍보에 힘을 쏟았다. 한민구 공대 학장은 "이젠 이공계를 졸업한 뒤에도 학계, 산업체는 물론, 정·관계, 언론계 진출 등 다양한 진로를 모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무하 농생대 학장은 "국내의 수많은 인재들이 법대, 의대 등 일부학과에 몰리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좀더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나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공대·자연대·농대가 제작한 홍보물을 살펴보며 "서울대가 사상 최초로 이공계 입시설명회를 열었지만 옛날 자료를 그대로 내놓는 등 준비가 부실했다"고 아쉬워했다. 고3생 아들과 함께 참석한 김숙자(48·서울 강남구 논현동)씨는 "현 실태와 앞날의 구체적 비전 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 없이 70, 80년대 잘 나가던 시절 얘기에만 너무 치중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최모(45·여)씨도 "의·치대 편입학을 위해 자녀의 이공계 입학을 권유하는 부모들도 상당수"라며 "서울대가 아직도 이공계 위기에 대해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서울 K고 3학년 김모(18)군은 "학교측에서 서울대 공대쪽 진학을 권해 설명회에 왔을 뿐 대학을 낮추더라도 의대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수들도 저마다 흥행실패에 대한 해석을 내놓았다. 농대의 L모 교수는 "'서울대가 부르면 알아서 온다'고 믿다가 뒤통수 맞은 꼴"이라고 한탄했다. 한민구 학장은 "과학고 등 상당수 학교는 미리 입시 설명회를 들었던 터라 전국 일선 고교에 공문을 많이 보내지 않았다"면서 "첫 입시설명회였던 만큼 부족한 점을 보완해 좀 더 알찬 내용의 설명회를 매년 개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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